[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배우 김미은은 데뷔작 ‘호텔 델루나’에서 사혼식을 치러야 하는 신부 귀신 이수민으로 열연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막 시작을 알린 배우인 그의 다음 목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에게서 꿈을 꾸는 사람의 열정과 강단이 엿보였다.

김미은은 tvN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연출 오충환)에서 신부 귀신 이수민 역을 맡아 한 회의 에피소드를 담당했다. 데뷔작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선보이게 된 그는 “방송이 끝나고 자막에 제 이름이 나올 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특히 극에서 튄다거나, 안 좋은 반응이 없어 다행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스토리와 연출의 힘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김미은은 안정적인 연기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데뷔작이라는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이 이수민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덕분이다. 김미은은 원치 않는 사혼식을 치러야 하는 이유로 호텔 델루나에 머물게 된 전사부터 사랑하는 이와 얽힌 붉은 실을 끊은 뒤의 이야기까지 생각하며 이수민을 연기했다.


에피소드 초반 이수민의 사혼식은 그의 부모가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이수민 연인의 부모가 진행하려던 것이었다는 반전이 드러났다. 이에 김미은 역시 “반전을 위해 초반에는 저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사로 표현하는 것보다 표정이나 눈빛이 많았는데, ‘나는 끈을 놓기 싫은데, 저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고’라는 마음이었다. 실을 자르기 전 상황들을 계속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미은이 본 이수민은 연인을 놓아주는 게 일생에서 가장 큰 결단이었을만큼 우유부단한 성격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같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전 죽고 남자친구는 두 달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결정을 못했을까, 왜 뜸을 들였을까 생각했다. 둘이 얼마나 깊은 사랑을 했었는지, 그의 부모님이랑은 얼마나 친한 관계였는지 인물들 간 관계성을 생각하면서 인물을 이해하려 했다”며 자신이 생각한 이수민의 전사를 털어놨다. 실을 끊은 뒤의 후사에 대해서는 “(연인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삼도천을 건너지 않았을까”라며 “소멸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꿈을 회피했었다는 김미은은 일생일대 결단을 내린 이수민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았다. 그는 “‘호텔 델루나’는 제 연기 갈증을 처음으로 풀어준 작품”이라며 이수민이 용기 내 실을 끊은 것처럼, 자신 역시 과거의 회피를 끊어내고 꿈을 책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미은은 중학교 때 본 연극으로 인해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한 편의 공연으로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게 신기했다”는 그는 예술고등학교, 대학에서 모두 연기를 전공할 정도로 배우의 꿈을 오래 간직하고,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꿈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3년간의 방황기가 찾아왔고, 그는 배우가 아닌 회사원의 길을 택했다.

그가 방황하게 된 이유는 “사랑하는 꿈이 깨질까봐”였다. “용기가 없어” 꿈을 꿈으로 남겨뒀었다는 그는 불안정한 수입의 직업 대신, 효도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자 했다고 했다. 김미은은 영화마케팅, 배급, 투자에 대한 공부를 했고, 2017년 영화관을 관리하는 매니저 직무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영화와 연극 주위를 맴돌고 있었던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그는 “‘연기가 싫어’라고 세뇌시키면서 있었는데, 사실 회피가 되고 있진 않았던 거다. 영화는 만들어져 상영되는 게 최종목적인데 전 상영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다 다시 배우의 길을 가기 위한 용기를 갖는 계기가 찾아왔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김미은은 가장 가까웠던 할머니의 죽음 이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꿈을 책임지고, 제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김미은은 “다른 일을 경험해보고 연기도 해보지 않았나. 그 당시 일 자체에 대한 불만이 컸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일은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일이었고, 저만의 개성이나 색깔로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한 번 사는 삶인데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결과 색깔이 뚜렷한 배우를 다시금 꿈꾸게 됐다고 했다.

다시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 김미은은 설렘과 즐거움 속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저한테만 집중을 해주신다. 촬영 전에는 그걸 상상하면 민망할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 순간들이 행복하고 좋더라”고 이야기했다.

돌고 돌아 꿈을 ‘책임’지겠다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연기 앞에 섰다. 이제 막 시작을 알린 배우 김미은의 강점은 ‘눈’이다. 김미은은 “눈은 마음을 대변해주는 마음의 창이라는 말을 배운 적이 있다”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배우로서 채울 수 있는 제 공간을 계속해서 닦아 시청자분들께도 좋은 눈빛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고, 시청자분들께 불편함 안 드리고, 작품에서 튀지 않아도 제 몫은 잘 해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농담 삼아 말씀 드리자면 빠른 시일 내에 환생해서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웃음).”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