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양자물리학’이 관계성과 생동감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뻔한 범죄 오락 영화로 전락했다.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제작 엠씨엠씨)은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권력에 한 방을 날리는 범죄 오락 영화다.

영화 제목만 보면 무슨 과학 영화라고 생각할 법하다. 범죄 오락 장르에 과학 개념을 접목시킨 점에서는 신선하다. 거침없는 입담과 능청스러움으로 뭉친 찬우는 입버릇처럼 양자물리학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런 찬우의 모습에서 소위 말하는 ‘사짜’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더구나 클럽 사장이라는 직업과 묘하게 어울어진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다.

“완벽한 파동으로 만나 거대한 에너지장을 형성한다”는 찬우의 말처럼 박기헌 역의 김상호를 비롯해 배우 김응수, 이창훈, 변희봉이 어우러져 영화를 가득 채운다. 배우들 각자의 역할에 녹아 들어 제 몫을 제대로 해냈다. 더욱이 영화는 적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적이 되기도 하는 등 복잡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주인공을 둘러싼 악당 캐릭터의 케미가 좋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강렬함이 약해졌다.

더구나 영화는 통쾌한 한 방이 없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속고 속이는 관계성이 이어지다 보니 피아식별이 어려워진다. 주인공인 이찬우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20여년 만에 클럽 사장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마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찬우는 조폭, 검찰, 정경 유착을 마주하게 된 상황.

뭔가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올라치면 복잡한 관계성으로 인해 또 다시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이 모습이 반복된다. 김국장(손종학)은 극중 ‘폭발력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폭발력 있는 한방’이 없어서 김국장은 검은 손 백영감(변희봉)을 치자는 기헌의 요구에도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영화 역시도 이러한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해 관객의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다.

여기에 ‘양자물리학’이 보여주는 사건 해결 과정이 여타 범죄수사물과 그리 다르지 않다. 특히 거대 권력에 맞선 개인의 모습이 유사 영화와의 차별성이 없다. 특히 ‘유흥계의 화타’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작 주인공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카드를 꺼내놓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뚜렷하게 기억에 남기는 결말을 보여주지 못 한다.

이성태 감독은 ‘양자물리학’에 대해 “관계성이 일반적인 범죄 장르물과 차이가 있다”며 “주인공 캐릭터와 주변 인물들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성에 집중한 나머지 일반적인 범죄 장르물과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 뻔한 범죄 장르물이 됐다. 주변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강렬하다 보니 정작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그리 돋보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영화는 25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양자물리학’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