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강산이 두 번쯤은 변한 시간 동안 래퍼 비지의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다만 비지가 음악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02년 YDG 앨범의 수록곡에 참여하면서 힙합신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비지. 그는 무브먼트 크루의 일원, MFBTY 멤버, 솔로 래퍼 등 다채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며 실력파 래퍼로 자리매김했다. 긴 시간 한 길을 걸어오며 크고 작은 굴곡들도 많았다. 비지는 겁 없이 음악에 뛰어들었던 20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달라져온 자신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비지는 20대 초반 미숙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그때는 정말로 잘하고 싶었다. 눈싸움도 지기 싫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엔 좋아했던 것이 일이 되면서 겪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그를 괴롭혔다고. 그는 "음악을 너무 잘하고 싶다보니까 부담감이 너무 커서 음악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을 그만 두고자 했을 때, 비지를 잡아준 것도 음악이었다. 그는 "술을 왕창 마시고 잠들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첫 번째로 한 일이 음악을 트는 것이더라"며 음악을 자신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날로부터 비지는 음악, 한 길만을 걷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후 비지는 20년 쯤이 된 지금까지도 굴곡을 넘으며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저는 방황을 해도 무대 위에서 했어요. 음악이 잘 되지 않을 때 영감을 주는 음악을 찾아듣고요. 음악 말고 바쁜 일도 많았지만, 결국은 그런 복잡한 마음마저도 음악 안에서 풀었던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해 느낀 어려움조차도 음악을 돌파해나가려 했던 비지의 노력은 창작자로서 좋은 자질을 남겼다. 사소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넓은 시각, 유연한 감성을 가진 것. 또한 쓸 수 있는 가사의 폭이 넓어진 것도 그 전쟁 같았던 굴곡의 시간이 남긴 전리품이다. 비지는 "아직도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음악에 녹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이야기했다.


가족, 현재 함께하는 소속사 식구들의 공도 컸다. 굴곡을 맞이하고, 이를 넘어가는 동안 비지를 곁에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사람들이다. 비지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든 날 지켜줬다. 그들이 변함없이 나를 포기 안 해준 덕분에 나도 포기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소속사 필굿뮤직의 수장 타이거JK다. 비지는 타이거JK와 드렁큰타이거, MFBTY 등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해왔다. 이를 통해 큰 무대를 서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다만 힙합팬들 사이에서 '타이거JK 병풍'이라는 짓궂은 놀림도 받아야 했다. 비지는 "이제는 웃을 수 있지만, 자격지심으로 자리잡았던 때도 있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또한 비지가 넘어야 했던 굴곡 중 하나. 그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도 모두 내 안에 있다는 걸 알았다"며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강조했다.

자신 안에 중심을 잡을 줄 알게 된 비지는 오히려 드렁큰타이거의 끝을 반대하기도 했다고. 최근 발매된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에 참여한 그는 "타이거JK 형이 계속해서 드렁큰타이거가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내게는 드렁큰타이거에 대한 팬심이 있기 때문"이라며 강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어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이 팬들에게 값어치가 있는데, 그걸 끝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 덧붙였다.


대신 비지는 "MFBTY의 앨범을 준비 중"이라며 새 활동을 귀띔했다. 그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이 나왔다.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일기장 같은 음악들"이라고 말해 곧 만나게 될 MFBTY의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더불어 비지의 솔로 앨범도 계속 발매될 예정이다. 비지는 올해에도 지난 1월 '우아'를 시작으로 '디스턴스(Distance)' '이름이 뭐라고', 8월 발매된 '타임머신(Time Machine)'까지 총 네 개의 싱글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타임머신'에는 음악에만 집중해온 약 20년, 굴곡이 담긴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아직도 음악이 재밌고, 제게 웃음을 주는 건 하고 싶은 음악이에요." 비지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고. 특히 그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누군가의 곁에 아무도 없을 때 내 음악이 있어주고 싶다. 기쁨을 나눌 때보다 슬픔을 나눌 수 있을 때 난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영원한 건 없다고 하지만, 작품은 영원하다"는 비지. 굴곡을 겪어본 그가 굴곡을 겪어나갈 우리에게 남겨줄 위로의 음악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필굿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