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데뷔 23년이 된 배우 김명민은 스스로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은 철칙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이유라고 이야기한 김명민은 여전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이하 ‘장사리’)은 평균 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영화다. 김명민은 출중한 리더십과 판단력으로 유격대를 이끄는 이명준 대위 역할을 맡았다.

김명민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 잊혀진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느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장사상륙작전 참전 용사에게 직접 들은 당시의 상황을 꺼냈다. 그는 “참전 용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명민은 장사리 해변이 상륙작전을 치르기도 힘든 구조였고 당시 3m가 넘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밧줄에 의지해 엄폐할 곳 하나 없어 몸을 숨기기 위해서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모래를 팠다고 하더라”며 “옆을 보면 동료의 팔다리가 날아가 있고 누군가는 머리가 날아가 있는 아비규환이었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 17세 정도 되는 아이들이 경험하기에는 너무 잔인했던 상황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장사상륙작전에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의 아이가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과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를 생각하면 아직 애다. 그런 아이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도 기가 찰 일인데 전투에까지 나갔다”고 통탄했다. 그런 아이들이 총알받이로 나갔다는 것이 너무 아픈 이야기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간의 작전을 수행하면서 인민군을 상대로 다양한 업적을 이뤄냈다. 맥아더 장군은 친필 편지로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그러나 이들의 업적은 철저하게 묻혀야 했다. 김명민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특히 김명민은 전승 기념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참전용사들이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김명민은 “배우로서 흥행도 중요하고 제작사도 잘되어야 하지만 그런 것들을 염두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알리고 싶다는 사명과 의무감이 컸다”고 했다.

그곳에서 참전용사, 그리고 유가족, 손자, 손녀들이 자신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할 때마다 잊혀진 장사상륙작전을 알리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영웅이 되고자 전투에 참여한 건 아니다.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책임감이었다”며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책임감은 잊혀진 역사를 알려주고 후대에게 이를 전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책임감 때문에 김명민은 배우의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영화가 담고자 했던 의미에 집중했다. 영화는 학도병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로 인해 김명민이 연기한 이명준 대위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편집 과정에서 곽경택 감독은 학도병에게 집중하기 위해 이명준 대위를 비롯한 불필요한 드라마를 대거 드러냈다. 그는 “원래 학도병이 주가 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명민은 좀 더 이명준 대위가 리더로서 책임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 중간중간 들어간 학도병의 이야기가 내포한 감수성은 오로지 학도병들이 이끌어야 할 몫이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김명민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 자신의 분량을 다른 배우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김명민은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로 인해 김명민 하면 리더십처럼 굳혀졌다. 김명민은 이에 대해 “신성 불가침 영역과 같은 이순신 역할을 맡아서 내가 득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이순신과 같은 역할을 하다 보니 자신이 묻어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리더십이 아닌 그 역할을 했기에 그렇게 봐준 것뿐이라고 했다.

김명민은 그만큼 이순신 장군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했다. 그렇기에 리더 역할에 어울리는 김명민이라는 말 자체가 이순신 장군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어느 배우를 시키더라도 다 잘한다. 단지 그 이미지가 씌워져 덕을 본 것”이라고 했다.

겸손한 태도를 보인 김명민은 중저음의 목소리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도 확실하게 대사를 전달하는 발성에 대해서도 “어릴 때부터 연극 무대와 친했다”고 했다. 그는 “소무대 같은 곳에서 연극을 하다 보니 발성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었다”고 했다. 특히 교회에서 중창단을 하면서 복식 호흡을 하다 보니까 남들보다 익숙하게 발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명민은 아무리 타고 났다고 해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도 발음, 발성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사람인지라 요즘 게을러져서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볼펜을 물고 화장실에서 대사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고 했다.

매일같이 훈련을 하는 이유에 대해 김명민은 “안하면 입이 굳는다. 항상 하는 이유는 말이 잘 나오지 않으면 내가 답답하다”며 “말이 술술 나오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아나운서가 매일 발음연습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훈련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김명민은 스스로에게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있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의 철칙 때문이다”며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자. 공은 상대방에게 돌리자, 남이 인정하기 전에 스스로 인정하지 말자”라고 했다.

김명민은 자신의 철칙을 지켜왔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길 좋아한다는 그는 과거 촬영 현장에서 벼랑 끝에 선 듯한 느낌을 받았던 당시를 언급하면서 그 이후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통해 김명민은 흥행이 보증된 작품에 무조건 참여하기 보다는 자신이 필요로 하고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김명민은 그런 자신의 고집 덕분에 ‘장사리’를 만나 일혀진 영웅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