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시청자 투표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에 이어 '아이돌 학교'에도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연습생의 부친과 연습생 본인, 팬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조작 논란'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1와 '아이돌학교' 등에 출연했던 가수 이해인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이해인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우리 딸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초에 글이 올라왔을 때는 아버지 추정 인물이었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이해인의 아버지는 매체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오디션 프로그램 촬영 당시 CJ ENM이 계열사와의 계약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종 데뷔 멤버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모 동의도 없이 전속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했다.

또 CJ ENM이 늦어도 2018년 10월까지는 탈락 연습생끼리 데뷔 시켜준다고 약속했지만, 데뷔 전 개인 활동은 물론 2018년 10월 데뷔도 무산돼 올 여름 회사를 나왔다고 적었다.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는 '아이돌학교' 최종 탈락 당시에도 '투표 조작'이 의심스러웠지만, 딸의 데뷔에 불이익을 받을 까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프로듀스X101'의 조작 의혹이 확산, 수사까지 진행되자 용기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딸의 팬들도 변호사에 의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스X101'에 이어 '아이돌학교'에도 화살이 향하며, 엠넷과 CJ ENM도 난감해졌다. 일부 소속사들이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며, 데뷔 멤버 변동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은 생방송 파이널 무대 이후 데뷔 멤버 11인을 선정, 엑스원을 데뷔시켰다. 그러나 연습생들의 득표수에서 특정 숫자의 배수가 반복되는 패턴이 발견, 투표 조작 논란이 일었다.

엠넷 측은 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청자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Mnet 제작진 등을 검찰에 고소 고발했다. 엠넷 또한 경찰에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나아가 경찰은 '아이돌학교'는 물론 '프로듀스101' 전 시즌에 대한 투표 조작 의혹도 조사 중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아이돌학교' 또한 투표조작이 있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이에 '아이돌 학교' 시청자들도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특히 이해인의 경우 팬들이 투표 당시 모바일 투표 인증사진을 5000건 넘게 확보했는데 실제 방송을 통해 공개된 투표수는 2700표에 그쳤다는 논란이 제기된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엠넷과 CJ ENM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는 입장 외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해인 외에도 출연진들의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자신을 '아이돌 학교' 오디션 참가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3일 '프로듀스X101'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글을 썼다.

이 누리꾼은 '아이돌학교' 접수 완료 화면을 인증하며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밖에 못 나가게 했다. 나가면 오디션 포기로 본다고 해서 5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 밥도 못 먹었다. 엄마 아빠랑 같이 온 초등학생도 많았다. 나와 같이 있던 사람은 외국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작(자작)인지도 모르고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이)해인 언니를 보고 사진도 찍었다. 오디션 봤다는 사람도 있고 안봤다는 사람도 있고 말이 많았다. 300명 넘는 사람들의 꿈을 갖고 사기친 엠넷"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같은날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역시 투표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제작진이 방송 전부터 이미 합격자를 선정해놨다는 제보에 초점을 맞췄다.

'뉴스데스크'는 "프로듀스X101'과 '아이돌학교' 제작진들이 방송 전부터 이미 합격자를 선정하고 조작했으며 경연곡이 특정 연습생에게 사전 유출됐고 심지어 오디션에 오지도 않았던 사람이 본선에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듀스X101'에 출연했다고 밝힌 한 연습생은 뉴스를 통해 "어떤 친구가 경연곡을 미리 유포했다. 우리 사이에서 추궁해서 물어봤더니 안무선생님이 알려주셨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획사 관계자 또한 'PD픽'이 공공연한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이돌 학교'에 출연했다는 한 연습생은 "오디션 했을 때도 3000명 있는 곳에 본선 진출자 40명 중 4명 밖에 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립싱크를 한 조에서 보컬 1등을 뽑았다고도 말했다.

추가 폭로를 통해 '조작 의혹'에 힘이 실려가는 가운데 CJ ENM과 엠넷을 비롯한 데뷔조 관련 회사들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