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담당 연출자 안준영PD와 '슈퍼스타K' 때부터 유명세를 얻은 김용범PD 등이 포승줄에 묶인 채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담당 PD들이 '프로듀스X101'의 득표수 조작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며 의혹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제작진 너머에 있는 CJ ENM의 '윗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준영PD와 김용범PD를 포함한 '프로듀스X101' 제작진 3인과 연예 기획사 관계자 1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사는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네 사람은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가지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35분 법원청사에 도착한 안준영PD는 "투표 조작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겠다"라고 답했다. 심사 직후에도 "성실히 답변했다"는 대답 외에는 말을 아꼈다. 특히 "특정 소속사에 혜택을 줬나"는 질문 등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진상규명위원회의 의혹 제기로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진상규명위원회는 '프로듀스X101' 내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7월26일 엠넷의 수사의뢰서도 접수받아 내사에 착수했다. 같은 달 31일 제작사인 CJ ENM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여 온라인·문자 투표의 원데이터 등 문제가 된 투표의 원문자료(raw data)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원(X1) 멤버들의 기획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프로듀스'의 전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며, 논란이 불거진 후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CJ ENM도 공식 사과문을 냈다. CJ ENM은 이날 오전 "'프로듀스X101'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제작진 일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으로 확인돼 경과를 지켜보고 있고,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CJ ENM이 '프로듀스X101'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경찰 수사 의뢰 이후 3개월여 만이다. CJ ENM은 '프로듀스X101'의 투표조작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됐을 때에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MBC 'PD수첩'이 'CJ와 가짜오디션'이란 타이틀로 '프로듀스'시리즈 뿐 아니라 '아이돌학교' 등 엠넷에서 제작,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모두를 겨냥했을 때도 말을 아꼈다.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출연진들의 비상식적인 제작 환경에 대한 폭로에도 함구했다.

당시 'PD수첩'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논란이 단순히 제작진의 문제가 아닌, CJ ENM의 사업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이 모든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이 모든 것을 진행했냐"는 의혹 제기와 함께, 안준영PD와 김용범PD 등 제작진 선에서 꼬리자르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CJ ENM는 엠넷 등 방송 채널을 위한 콘텐츠 제작 외에도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그룹 빅스와 구구단, 베리베리 등이 소속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다이나믹듀오와 리듬파워 등이 소속된 아메바 컬쳐를 비롯해 MMO엔터테인먼트,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등 매니지먼트사를 산하 레이블로 갖고 음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룹 방탄소년단과 몬스타엑스 등의 콘서트를 진행하는 공연 사업도 하고 있다.

자연스레 사업 성장을 위해 입맛에 맞는 '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한 가요 관계자는 "워너원 등의 성공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다 보니 점차 프로젝트 그룹의 활동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긴 시간 무리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멤버를 꾸리기 위한 작업이 있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는 단지 '프로듀스' 시리즈 뿐 아니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해당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전방위적 순위조작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표 조작은 단순히 제작진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세 명의 PD들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며, 화살을 맞고 있지만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