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이도 저도 아니다. 영화 ‘얼굴 없는 보스’가 담으려고 했다는 메시지도, 화려한 액션 영화로서의 가치도, 그렇다고 잘 흘러가는 이야기도 아니다. ‘얼굴 없는 보스’는 그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얼굴 없는 보스’(감독 송창용·제작 좋은 하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송창용 감독은 ‘얼굴 없는 보스’를 두고 “그간 숱하게 많았던 조폭 미화 영화들과는 다르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느와르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송 감독의 바람과 다르게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이 조폭을 미화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폭 미화가 아니라는 말과 달리 ‘얼굴 없는 보스’는 조폭간의 의리, 우정을 부각시킨다. 상곤(천정명)은 동생들의 재산을 몰래 처분하려는 자신의 보스를 끌어 내리고 자신이 보스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끼는 동생 박태규(이하율), 곽상구(곽희성)와 함께 감옥에 들어가자 자기 혼자 형량을 줄일 수 없다며 의리를 운운하며 항소를 포기한다. ‘얼굴 없는 보스’가 담고 있는 조폭의 세계는 여타 조폭 영화에서 자주 봐왔던 장면들이다. 더구나 그들만의 의리와 우정이 언급될 때마다 자주 사용되는 스토리다.

송 감독은 ‘조폭 미화 영화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언급한 장면이 있다. 상곤(천정명)은 자신이 아끼던 동생 박태규(이하율), 곽상구(곽희성)를 잃게 되고 이에 회의감을 느끼고 조폭 세계를 떠나려고 한다. 술에 잔뜩 취한 상곤은 자신의 돈을 빼앗으려는 고등학생 불량배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조폭 세계의 환상을 품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이 장면만을 놓고 보면 여타 조폭 미화 영화와는 다르다고 할 지도 모른다.

때로는 대사 한 마디가 영화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마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조폭간의 의리와 우정에 초점이 맞춰진 채 흘러가던 중 모든 것을 잃고 회의감에 빠진 상곤의 자조적 대사가 관객에게 교훈적으로 와닿을 리 만무하다.

결국 ‘얼굴없는 보스’는 교훈적 메시지 보다는 조폭 영화가 주는 액션이 주는 맛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대를 저버린다. 이미 수없이 쏟아져 나온 조폭 영화가 있다. 의리가 강조되던 조폭이 아닌 비열한 조폭의 세계를 그린 ‘비열한 거리’, 피가 난무하는 ‘신세계’ 등과 비교하면 ‘얼굴없는 보스’는 조폭 영화로서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뚝뚝 끊기는 이야기 흐름이 영화에 대한 몰입마저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는 21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얼굴없는 보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