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이자 프로듀서 김현철이 10번째 돛을 내렸다.

김현철의 열 번째 정규앨범 ‘돛’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CKL스테이지에서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의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김현철의 정규앨범은 13년여 만이다. 지난 17일 오후 6시 온, 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공개됐다.

가수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도 느낄 수 있는 김현철의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위 캔 플라이 하이’(We Can Fly High) ‘당신을 사랑합니다’(feat. 박원)을 포함한 총 17개 트랙이 수록됐다.

김현철은 “12월 말이면 LP도 나온다. 이 앨범은 CD가 목적이 아니라 LP가 목적이엇다. 분수로는 CD 한 장에 담을 수 있었지만, 2장으로 낸 게 LP가 두 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발표를 못 한 곡이 있어 내년 봄, 3~4월쯤 앨범을 한 장 더 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앨범에는 마마무 휘인과 화사, 죠지에 이어 박원, 백지영, 박정현, 정인, 새소년 황소윤 등 국내 최정상급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 새 앨범까지 13년

지난 2006년 12월 낸 정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 이후 13년 만에 새 정규앨범을 들고 나온 김현철은 “감개무량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10집이 나올 줄 몰랐다. 9집 가수로 마감하나란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10집을 내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 팬들과 음악 하는 동료들, 나를 지금 바라보고 있는 그 분게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13년 만에 새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후배 가수 ‘죠지’에게서 찾았다. 김현철은 “음악을 안 하고 쉬고 있을 때 30년이 된 내 노래를 리메이크 하고 싶다며 이 친구가 왔다. 그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훌륭하더라. 나도 이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 후에도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긍정 자극을 받았다”라며 “선배만 후배에게 자극을 주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주는 자극도 크다”라고 했다.

◆ 더블 타이틀곡

‘위 캔 플라이 하이’는 인트로부터 ‘김현철 시티팝’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이다. 자신감 있게 다시 한 번 날아오를 희망을 담은 곡이다.

김현철은 “현실이 만만치 않다. 현실과는 다른 이상을 꿈꿔야 한다. 누구나 다 녹록치 않지만 우린 하나를 보고 같이 날아갔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나는 나에게 선언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나이는 하나의 숫자일 분’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내 고백 같은 곡이다. 내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곡이다. 많은 후보 중 감히 타이틀로 꼽았다”고 했다.

또 “여지껏 드럼 솔로가 타이틀에 있는 곡이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렇지만 감히 드럼 솔로를 타이틀곡에 넣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곡이 대표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들어서 시티팝 시티팝 하는데 나는 이런 단어도 모를 때부터 이런 음악을 해왔다. 시티팝을 쫓는 입장은 아니지만 인기를 끌어 좋고 이 곡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원과 함께한 ‘당신을 사랑합니다’에 대해서는 “이 노래는 내 음악을 지금껏 기다려주고 사랑해 준 많은 분들께 드리는 노래”라며 ‘유재하 가요제’ 이후 인연을 맺어온 박원의 참여에 고마움을 전했다.



◆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 ‘눈길’

박원 외에도 앨범에는 소위 말하는 ‘핫’한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김현철은 “음악 잘하는 후배가 많더라. 내가 알지도 못하는 후배들도 있었다. 인터넷을 보고, 회사 전화번호를 찾아서 회사에 전화했고 만나자고 한 케이스가 많았다. 재미었더라.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알아가게 된 과정이 음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뗀 후 새소녀의 황소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이어 김현철은 “‘감촉’이라는 제목을 듣고 황소윤이 제주도 호텔에 가서 호텔 이불 감촉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 가사를 들어보면 이불 감촉이 아니라 사람 감촉이라는 생각이 들 거다. 온기가 느껴지는 감촉”이라고 설명했다.

백지영과 함께한 ‘안아줘’에 대해 김현철은 “백지영이 이 곡을 골랐다. 음색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는 날 감기가 너무 심하게 걸린 거다. 이 노래를 울고 나서 부른 것 같다. 감기에 걸렸던 게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더 잘했다. 더 할 수 있다고 더 열심히 하고 했는데 백지영은 정말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목소리”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인과 함께한 ‘아이 돈트 워너 세이 굿바이’(I Don't Wanna Say Goodbye)에 대해서는 “와서 두 세 번 부르고 갔다. 노래를 너무 잘 한다. 정인이 부르는 곡은 아무도 그 맛을 낼 수 없다”라며 “이 곡은 가장 밑바닥을 사는 남녀가 집을 나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상황이다. 가진 것도 없고, 누릴 것도 없는 인생들이 이 세상을 사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정현과의 오랜 인연도 전했다. ‘그런거군요’를 함께 작업한 김현철은 “내 변할 수 없는 생각에 대한 이야기인데 박정현과 내 생각이 같았다. 박정현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처음에 CCM을 불렀고, 그 인연으로 계속 나와 교류도 하고 만나왔다. 이번에 이런 곡을 썼다고 하니 ‘오빠 이거 내 노래’라며 너무 감사하게도 참여를 해줬다. 녹음 때 노래가 끝나고 아무도 아무 말도 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와 함께한 ‘오늘의 여행’은 제목만 듣고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가 10년 전 회사를 하나 만들었다. 진짜 회사는 아닌데 내가 김부장, 심현보가 심차장, 정지찬이 정과장, 이한철이 이대리다. 노래를 잘 부르고 어떻게 만드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끼리 수다를 떠느라”며 작업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했다.



◆ 데뷔 30주년 “옛 것, 옛 감각 찾으려 노력”

김현철은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고막남친’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긴 공백의 시간도 가졌다. 굴곡이 있었던 만큼, 음악적으로 더 깊어졌단 평이 나왔다.

김현철은 “깊어진 게 아니라 내 꼬라지를 알았다”며 웃은 후 “사람은 20대 때를 정점으로 해 점점 자신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인생이 그 여정 같다.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더 작아진 내 모습을 발견할 거다. 그런데 지금 발견한 내 모습은 이렇다”고 했다.

자신의 음악 색깔에 대해서도 “정확히 모른다. 꽃이 꽃인 줄 모르는 것처럼 음악을 하지만 내 음악이 어떤 색깔이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솔직히 모른다. 들어주시는 분들이 평가해주실 문제”라며 “내가 만든 노래를 발표란 작업을 통해 내놓으면 더 이상은 내 것이 아님을 느낀다. 들으시는 여러분의 것이고 여러분의 소유”라고 했다. 시티팝이 조명 받는 것은 음악이 아닌 시대 탓이라며, 이런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20대 때 낸 앨범을 보면 잘난 사람은 나 하나다. 나만 잘났고 나만 최고였다. 그런 자리가 아님 안 갔다. 그것도 감성이라면 감성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가장 큰 변화는 내 처지를 아는 것이다. 요즘 내 노래는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이 작은 음악이구나’라는 것을 알고 여기에서 감성을 표현해보면 어떨까에서 나온다. 예전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줄어들지만 그래서 나쁘다는 건 아니다”고 했다.

30주년 이후의 목표에 대해서는 “난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음악밖엔 못 할 것 같다. DNA다. 이런 음악을 더 잘하는 것, 더 공감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