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몇몇의 심리학자들은 욕망이라는 단어를 본능과 연관해 정의한다. 사람과 동물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습성이라는 것이다. '카센타'는 인간이 지닌 이런 본능,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카센타'(감독 하윤재ㆍ제작 88 애비뉴)는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빵꾸'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이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고, 차를 수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 재구와 순영의 욕망


재구와 순영이 처음부터 도로에 못을 박았던 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해, 숙식(宿食)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재구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순영의 말에 "이곳(카센터)을 인수할 때까지만"이라며 계획과 목적이 있는 답변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욕심은 끊임이 없었다. 애초에 재구는 길가에 떨어진 철조각들을 자신의 카센타 근처에 뿌리기만 했지만, 이내 튼튼한 타이어를 가진 무거운 트럭들이 철조각들을 쳐내자 이를 모아 뾰족하고 각이 지게 재탄생시킨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고, 재구는 "그냥 박으면 안 되냐"는 순영의 말에 "그럴까?"라며 밤늦게 드릴을 가져가 길을 뚫기 시작한다. 결국 재구의 카센터에는 바퀴에 펑크가 난 차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고, 재구는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게 된다.

재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멈추지 않음에 있었다. 처음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욕심으로 발전했던 것. 재구는 오랜 범죄 활동 끝에 카센터를 인수할 돈이 생기지만 계속해 늦은 밤의 활동을 지속한다. 결국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재구의 행동은 큰 화를 초래하고 갑자기 생겨난 돈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이는 순영에게도 해당된다. 순영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홈쇼핑을 보며 주문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러나 여유치 않은 자금 상황으로 주문한 물품을 곧바로 취소해 홈쇼핑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이런 순영에게 갑자기 찾아온 돈은 기회처럼 보였다. 처음에 재구의 행동을 말리던 순영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철조각을 뾰족하게 다듬는 재구에게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거나, "이제 돈 좀 써도 돼?"라고 물어보기까지 한다. 돈에 대한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로 인해 순영은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버린다.

◆ 욕망의 전염성


또 다른 욕망은 문사장(현봉식)에게서 드러난다. 문사장의 욕망은 다름 아닌 순영에 대한 욕망이다. 문사장은 오랫동안 순영을 짝사랑했고, 자신이 갈망하던 여성을 뺏어간 재구를 질투하고 시기한다. 결국 문사장은 재구가 서울에서 온 '외지인'이라는 핑계로 마을 주민이 그에게 접근하는 걸 차단한다.

여기까진 그저 질투에 그쳤지만, 문사장은 재구와 순영의 행동에 의해 욕망을 갖게 된다. 우연찮게 이들의 범죄에 대해 알게 된 것. 바퀴에 뚫린 구멍 같은 빈틈을 발견한 문사장은 이를 비집고 들어가게 되고 결국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구, 즉 욕망을 품게 된다. 초반엔 욕망이 없던 문사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순영의 욕망에 전염된 것이다.

이들의 범죄행위는 처음엔 "안 걸리면 되지" "어차피 터진 거 몇 개 더 터지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생계를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욕심과 욕망은 자신이 애초 마음먹은 바를 완전히 지우는 매개체로 어느새 돌변해 있었다. 이런 이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카센타'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카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