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23년 차 배우 장혁이 성공적으로 마친 ‘나의 나라’와 배우로서 자신만의 신념을 털어놨다. 진중한 답변에서 연기를 대하는 장혁의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의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장혁은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연출 김진원)에서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이방원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영화 ‘순수의 시대’(2014)에서도 이방원 역을 맡았던 장혁은 ‘나의 나라’를 끝낸 후 아쉬움보다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했다는 것에 대한 시원함”이 더 크다고 했다.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도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컸다. “‘순수의 시대’에서 이방원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하면서 관련된 것들을 많이 보고 알게 됐다”는 장혁은 “그동안 이성적인 이방원이 많이 그려졌다면 다른 측면의 이방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또 한 번 이방원을 연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나의 나라’는 사극임에도 허구의 인물들이 극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특징이었다. 장혁은 “이방원 역시 실제 인물들과 행동하는 점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허구의 인물”이라며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였다. 부담보다는 재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장혁이 애정을 갖고 그린 이방원에겐 호평만이 가득했다. 장혁은 평가를 떠나 인물이 애처로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에 크게 만족했다고. 그는 “의도가 그거다.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군주가 되어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칼을 쥔 자의 두려움, 애처로움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장혁은 2010년 방송된 ‘추노’ 이후 딱 10년 만에 사극으로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장혁은 “대길이는 아직도 있다. (그간 해온 캐릭터들을) 쌓아서 간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는 어떤 캐릭터를 맡든 다 던져야 한다. (캐릭터를 연구했던 걸) 다 던질 수 있는 건 현장에서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내가 아는 만큼밖에 못 던지는 거다. 아무리 본인이 다 던졌다고 해도, 그걸 보신 분들이 그만큼이 아니었다고 하면 그만큼이 아닌 것”이라며 ‘인생 캐릭터’라는 대중의 반응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23년 차 배우인 장혁은 여전히 “다 던지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장혁은 ‘캐릭터를 잘 살리자’ ‘사람들이 다음 작품을 또 같이 하고 싶게 만들자’, 이 두 가지를 오랜 시간 자신만의 약속으로 품어왔다고 했다.

‘캐릭터를 잘 살리자’는 약속은 휩쓸리지 않기 위함이다. 장혁은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이다. 캐릭터가 흘러가고 나면 배우가 남는다. 인형극을 했을 때 배우는 위에서 그 실을 조종 해주는 거지, 그 안에서 움직이면 안 된다. 그것만 잊지 않으면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작품을 또 하고 싶은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장에서 단 한 번도 화를 내본 적이 없다는 장혁은 위험한 액션 신을 찍을 때만 화를 낸다고. 장혁은 추상적인 자신만의 약속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어떤 캐릭터를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계속해서 그에 맞게끔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매번 작품을 하면서 힘들죠. 벽을 만난 다는 게. 그런데 그래서 또 재밌기도 하고. 즐거운 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잖아요. 즐거우면 짜증과 고통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하루를 긁어주니까 그게 즐겁더라고요. 반면에 행복하고 좋은 날도 있을 거고. 촬영이 풀리지 않아 찝찝한 날도, 잘 되는 날도 있을 것이고. 옛날엔 벽인지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은데 이제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까 그 틈이 견고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싸이더스HQ,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