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맛이 변질되어 버렸다.

육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다양한 관찰 예능이 생겨났다.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창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면서 토크쇼, 버라이어티 등의 인위적인 예능 프로그램이 마치 헌 것인 것마냥 취급됐다. 그렇다 보니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포맷 역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초기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형태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에 가까웠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으로 남길만한 일을 사실적으로 제작, 구성한 것이다. 육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와 부모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며 그 안에서 따뜻한 감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렇기에 초기 관찰 예능은 다큐에 가까운 형식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본래의 ‘기록으로 남긴다’의 기능보다는 ‘대리 만족 충족’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여행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꼭 가봐야 할 장소’ ‘버킷리스트’ ‘현지 음식’ 등 일반인들이 쉽게 이루지 못할 소망을 이뤄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변질은 각박해진 사회로 인해 현대인들의 정서적 결핍과 결합이 됐기 때문이다. 초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보여주기’만 할 뿐 이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맡겼다. 그러나 최근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정서적 결핍을 파고들어 ‘힐링을 강요하는 형태’다. 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자막을 통한 개입으로 제작진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역치 이상의 자극 가하면 역치 값이 증가하게 된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존의 재미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유사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된다. 이에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하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결국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 포맷에서 인위적 감정 강요로, 다시 인위적 감정 강요에서 관음적 관찰로 변형됐다.

여행, 육아, 가족, 연애, 개인사 모든 것을 들여다 봐야만 만족하는 바뀌게 된 것이다. 연예인의 연애를 지켜보고, 연예인의 결혼 생활을 시청하고 연예인의 출산, 육아를 관찰한다. 심지어 연예인이 마주한 가족의 죽음까지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 ‘트루먼쇼’(1998)에서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는 30년 동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중계 된다. 트루먼은 자신의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사랑과 결혼생활까지 낱낱이 대중에게 공개된 가짜 삶을 살아간다. 영화가 개봉한 21년 전만 해도 ‘트루먼쇼’는 상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이 버젓이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런 가운데 힐링을 강요하고 자극적인 맛에 빠진 관찰 예능 프로그램 사이로 과거의 포맷으로 돌아간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놀라운 토요일’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이 대표적이다. 본연의 맛을 고수한 식당은 맛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식당은 금세 손님들의 발이 끊기기 마련이다. 음식 맛이 변하면 사람들 자연스레 다른 맛을 찾기 마련이다.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들 앞에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다를까.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