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CJ ENM이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아티스트를 위한 보상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보상 방안, 범위 등은 빠진 채였다.

CJ ENM은 3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 2층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 조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 종영 직후 논란이 불거진 지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허민회 대표는 단상에 올라 직접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는 "엠넷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출연했던 연습생, 문자 투표 등에 참여하고 지지했던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 인사를 전했다. 이어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의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 관련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전적 보상, 향후 활동 지원 등이 그 방안이다. 하지만 CJ ENM 측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보상할 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 했다. 질의응답을 받은 CJ ENM 관계자는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보니 말씀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을 거듭했다.

"데뷔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들이 피해자, 반대로 데뷔를 하게 된 사람들을 수혜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누가 피해자이고 수혜자인지 아직 명확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밝혀지면 피해보상을 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데뷔를 하든, 하지 못 했든, 연습생들이 직접 조작에 참여한 바는 없기에 누군가에게 피해자, 수혜자라는 꼬리표를 부여하는 건 2차 피해를 낳을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 이에 피해자와 수혜자를 가려내겠다는 CJ ENM의 발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물론 CJ ENM 관계자 또한 "이 사건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연습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판 과정,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부분이 피해자, 수혜자가 확인되더라도 그걸 밝히는 게 또 다른 피해라고 생각해서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곧 "현실적으로 '피해자'와 '수혜자'가 공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조용히 보상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CJ ENM 측은 정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 했다. 오히려 '피해자'와 '수혜자'라는 프레임만 던져두는 부작용만 낳은 셈이다.

허민회 대표가 사과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출연했던 연습생 모두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열정을 쏟았던 연습생'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위한 보상 방안은 모호하고, 되려 '편 가르기'를 조장할 수 있는 균열의 프레임만 드러났다.

유일하게 CJ ENM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방안은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및 펀드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얻은 이익, 얻을 이익을 모두 내놓겠다는 뜻이다. "음악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 시청자 등에 대한 보상이 현실성 있게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