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99억의 여자’가 사이다 전개를 펼칠 수 있을까.

KBS2 수목 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연출 김영조)는 지난 26일 반환점을 돌았다. 절반이 지났으나 극 종 정서연(조여정)의 돈세탁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불행이 이어지고 있어 초반과 달리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선사하고 있다.

방송 초반 ‘99억의 여자’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며 살아가던 정서연이 우연히 현금 99억을 손에 넣으면서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가정폭력, 자살, 불륜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재로 인해 극한에 몰린 서연이라는 인물의 처연함을 보여줘 시청자들을 설득했다. 더구나 돈을 두고 서연과 이재훈(이지훈)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했다.

여기에 폭력적인 남편인 홍인표(정웅인)는 의외의 능력을 보여주며 집요하게 서연을 괴롭혀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또한 전기충격기 하나로 전직 조폭을 기절 시키거나 도청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99억의 돈세탁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채 돈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단순히 돈을 쫓은 모양새다. 99억이 서연의 손에서 재훈의 손으로 다시 서연의 손을 거처 윤희주(오나라)에게 흘러가는 등 복마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돈의 행방을 쫓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초반 뿌려 놓은 떡밥의 회수가 미궁에 빠졌다는 점이다. 강태우(김강우)를 끌어 내린 인물의 정체, 희주와 장금자(길해연)과의 관계, 정서연과 백승재(정성일)의 관계 등이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루할 정도로 정서연의 불행과 돈을 쫓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서연이라는 캐릭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연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인표에게 납치된 서연은 고문을 당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전부였다.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겠다는 다부진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언제쯤 초반에 뿌려 놓은 떡밥을 회수하며 정서연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는 99억의 복마전에서 벗어난 서연의 행복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