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슬럼프에 빠졌던 우민호 감독이 다시 일어섰다. '마약왕'의 실패는 우연이었을 뿐, 신작으로 돌아온 우 감독이 제 컨디션을 찾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언론배급시사회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주연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그리고 우민호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실존인물 김재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권력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촘촘히 쫓는다. 현재도 의문으로 남은 10·26 사건을 알려진 팩트와 더불어 우민호 감독의 논리섞인 상상력, 흠잡을 것 없는 배우들의 연기로 채운다.

영화는 동명의 원작 취재록을 바탕으로 한다.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6개월간 연재가 됐던 취재록을 모티브 삼았다. 우 감독은 "18년이라는 기간 동안 굉장히 힘 있게 방대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걸 다 영화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우 감독의 말대로 크게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다. 다만 내리막길을 걸었던 독재 정권을 둘러싸고 권력의 빈자리를 제가 채우려는 이들의 욕망과 좌절, 심리를 쫓는데 주력한다. 권력에 충성하고, 권력에 배신감을 느끼고 희열을 느끼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실존 인물 김재규를 모티브로 한 김재평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클로즈업이 유독 많은데 얼굴의 작은 근육으로도 감정을 표현하는 완벽함을 보여준다.

이병헌은 “작가가 온전히 자기 상상으로만 그려낸 시나리오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작업이구나를 절실히 깨달았다”라며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치우칠까봐 뭔가 조금이라도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 시나리오에 최대한 몰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성민은 독재 정권의 1인자 박통 역을 맡았다. 이를 연기하기 위해 입마우스피스를 끼울 정도로 연기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자신에게 충성하는 2인자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최고 권력가 역을 맡아 권력의 화신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이성민은 “실존인물인 그 분 역을 많은 이가 했다. 외모가 비슷한 분도 있었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 분장팀, 미술팀과 함께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까지 그 당시에 직접 그 분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서 그 분 스타일에 맞게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희준의 연기 변신도 눈길을 끈다. 극 중 이병헌과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곽상천은 박통의 존재를 국가로 여기는 등 권력에 이견없이 복종하는 인물이다. 박통과 자신의 욕망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이희준은 이 역할을 위해 25kg을 증량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희준은 “처음 감독님이 제안할 때는 살 찌우고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이 덩치가 있기 때문에 살 찌우고 그럴 필요 없다고 연기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대본을 봐도 살을 찌우는 게 좋은 것 같았다. 죄책감 없이 막 먹었다"며 웃어 보였다.

영화는 당시 사건의 진실을 쫓기 보다는 권력을 둘러싼 인간들의 맹목적이기도 치열한 심리를 다루는데 더 치중하면서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얻어낸다.

우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가 스크린 밖을 떠나 논의 되어졌으면 좋겠다"며 "당시 그때의 일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했으면 한다"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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