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제가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들이 흥행한 데에는, 제 공이 있다기 보다는 더 열심히 노력한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는 저도 작품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배우 표예진은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연출 이정림)를 유독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시놉시스에선 하유리 역이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인 박성준(이상윤)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인물인줄 몰랐다는 그는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부터 역할에 욕심이 났다고 했다.

인물소개 속 하유리는 들풀 같은 강인함을 가진, 생존을 위한 진화론적 방어기제를 지닌 인물이다. 표예진은 하유리가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미움을 살 때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 밟아도 악착같이 버텨내는 모습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단단함을 읽었다.

그는 “그래도 (제가) 유리를 제일 많이 이해한 사람이니까 유리의 감정을 느끼는 대로 현장에서 임하려고 했다”며 “노력했던 부분은 스스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유리를 보내는 소회를 밝혔다. 내연녀 역할 탓에 시청자들의 화살을 받기도 했지만, 그 부분보다도 “아무도 유리가 이렇게 살아와서 힘들었겠다는 생각조차 못한다는 점이 속상했던 것 같다”는 그다.

표예진은 “전 유리를 이해해야만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유리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대한 과정이 중요했다. 유리의 삶은 너무 녹록치 않았고, 힘들고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온 아이가 절박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느낄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 이내 그는 “다른 작품에서는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대입이 되는데, 저랑 살아온 게 너무 달라서 이번엔 대입이 하나도 안 되더라. 유리만의 아픔이나 어려움 이런 걸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청자들의 다소 과격한 반응도 이해했다. 사전제작으로 일찍이 촬영을 끝낸 후, 나정선 시점에서 몰입해 작품을 시청했다는 표예진은 “(그 상황이라면) 정선이보다 더 폭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선이처럼 멋있게 대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해보이더라”며 “실제 상황이라면 살려둘 수 없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드라마 ‘결혼계약’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쌈, 마이웨이’에 이어 ‘VIP’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표예진은 시청률 타율이 좋은 것을 두고 “기회가 와서 하다 보니 쌓여온 필모그래피”라며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자신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이들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나도 작품에 힘을 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겸손한 말을 덧붙였다.

승무원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차근차근 작품을 해오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지도 4년이 넘었다. 현재까지의 걸음에 대해 표예진은 “정신없이 오는 기회마다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아주 느리지도 않고 급작스럽지도 않게, 제가 그 당시에 넘을 수 있던 산만큼을 조금씩 나아가고 있구나 싶다”며 자신이 노력해 지나온 날들에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는 주관이 뚜렷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그는 “남들의 의견 중 필요한 건 들어야하지만, 제가 좋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단단한 편”이라고 밝혔다. 표예진은 “제가 느끼기에 저는 아직 어리다”라며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그랬고, ‘나는 뭐할 때 제일 행복하지?’를 기준으로 사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면서 새로 알게 된 연기의 재미도 있다. 그는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을 때 희열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분석하고 준비하면서 예상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과 조금 다르거나 더 감정이 생길 수 있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는 자신에게 70점의 점수를 줬다. 그는 “노력한 것, 다양한 도전을 한 것에 대해서 70점을 주고 싶다. 아쉽고 부족하게 느낀 것들이 더 많았지만,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표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적인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해야 하는 역할이었고,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이 많았다. 전작들에서 그렇게까지 감정을 소화해보지 못했기에 어떻게 감정을 잡아야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다 모르겠더라. 시행착오가 많은 현장이었는데 많은 걸 배웠다. 여기서 배운 걸 토대로 다음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고 했다.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다”며 연기 갈증을 드러낸 표예진이 대중에게 새로운 면면을 보여주기 시작한 만큼, 또 다시 최선을 다해 돌아올 그의 모습에 기대가 모인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