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이하 신종 코로나) 확산에 ‘K팝 한류’ 시장도 비상이 걸렸다. 예정돼 있던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훈풍이 기대됐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에도 우려를 보내고 있다. 중국과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더라도, 신종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요계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들은 국내외에서 예정됐던 일정을 대거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를 이와 같은 결정의 이유로 내세우며 팬들에 양해를 구했다.

우선 그룹 뉴이스트 멤버 렌은 오는 23일 마카오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스페셜 라이브쇼 ‘렌스 라이프 인 마카오’를 연기했다.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은 각각 2월 싱가포르와 마카오 등지에서 예정했던 콘서트를 미뤘다.

그룹 모모랜드는 오는 3월 19, 21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열 예정이던 현지 팬미팅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슈퍼주니어, 펜타곤, 방탄소년단 등이 국내 컴백 관련 프로모션이나 회사 설명회 등을 취소했거나 연기한 상태다.

이와 같은 결정이 나온 절대적 이유는 ‘아이돌들의 건강’이다.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의 확산은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아이돌들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리 없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건강과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공연 일정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관객들 건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K팝 가수들이 국내외에서 하는 공연에는 다국적의 팬들이 모이기 때문,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이 일정 연기나 취소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시아권 일정 변경도 일정 변경이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들떴던 중국과의 분위기도 가라앉은 모양새다. K팝 그룹들의 중화권 일정이 대거 예정돼 있었지만, 여기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그룹 블랙핑크의 리사는 지난 1일 댄스 멘토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청춘유니2’ 녹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녹화 자체가 잠정 연기됐다.

최근 미니 1집 ‘올 포 유’를 발매한 그룹 젝스키스 역시 이달 중국 팬 사인회를 계획했으나 이를 미루기로 했다. 그룹 우주소녀는 오는 3월 예정됐던 중국 광저우 팬사인회를 잠정 연기했다.

올해 중화권 진출을 계획했던 한류 업계는 이와 같은 분위기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초, 한한령 해제 조짐으로 중국 진출을 계획 했지만 신종 코로나에 다시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라고 우려했다.

해외 공연을 기획, 제작하는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국가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해도, 물리적 한계가 생긴 상황이기 때문 상황을 체크하며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바이러스 확산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지만, 중화권과 아시아에서의 한류 시장이 직접적 타격을 받으며 해결책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등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 또 다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정 자체를 취소하는 등, 정부 당국을 비롯한 세계적 방지 조치에 맞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상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일부에서는 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등 기술을 활용한 공연을 대안으로 꼽기도 한다. 가수가 직접 현장을 찾지 않아도 공연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가수와 관객이 한 공간에서 호흡한다’라는, 공연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중화권 등 아시아에 치중돼있는 ‘K팝 한류’를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 등 몇몇 그룹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쌓긴 했지만 여전히 ‘K팝 한류’의 중심을 아시아에서 찾는 시각이 지배적이니만큼, 이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