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시의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또 한 번의 의미심장한 수상이다. 지난 6일, 배우 심은경이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것.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이며, 최우수 여우주연상 자체로서도 최연소 수상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연기가 일본어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심은경이 ‘신문기자’에서 맡은 배역은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을 지니긴 했다만 언어를 다루어야 하는 직종인 기자, 그것도 치열한 논조가 오고가는 사회부 소속이다. 모국어로 하는 연기도 쉽지 않은데 외국어라니, 그녀에겐 연기에 앞서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이 무리없이 몰입할 수 있을 만큼의 언어를 구사하는 일이 큰 과제로 느껴졌으리라.

보통의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등의 소통에 그치는 것이었다면 부담감이 그나마 덜했을지 모르나 영화에서의 소통은 취급하는 영역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 등장하는 인물의 허구가 가미된 삶을 최대치로 구현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직접적인 듯하나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하는 것, 그를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최대한 접근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모양새의 공감을 일으키도록 도와야 하는 까닭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심은경은 결국 언어의 어떤 걸림도 없는 연기력으로 일본 관객을 매료시키며 배우에게 가장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다. 실은 그녀가 넘은 건 언어의 장벽만이 아니었다. ‘신문기자’는 일본 현 정권의 비리와 관련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즉, 그녀가 작품과 긴밀한 소통을 이루어냄으로써 관객들은 순탄히 작품에 몰입하여 그간 소통이 제거된 현실 탓에 보지 못했던 일본 사회의 이면을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보았을 때 참 아이러니하다 싶다. 하지만 예술이란 어떤 성별을 가졌든, 인종이든 국가든, 어떤 언어를 쓰든 그 사이에 세워진 모든 장벽을 넘을 뿐 아니라 제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장면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심은경의 작품 속 인물 요시오카가 혼혈이란 설정 또한 주목해볼만하다. 일본의 현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 아닌가. 이 배역을 한국인 배우가 맡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최적의 선택으로, 감독의 영민함이 돋보인 캐스팅이라 하겠다.

이를 인지하고 알아본 일본 영화계도 감탄스럽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상황이 가져오는 어떤 편견과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예술로서 작품과 배우의 연기력을 대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가 이전 수상했던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 중, ‘우리는 영화(cinema)라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매순간 좀 더 올바르게 세계를 바라보려는 예술인의 노력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가 보다.

그리고 이쯤에서 다시 되짚지 않을 수 없는 배우 심은경의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연기적 노력, 덕분에 영화가 온전한 평가를 받으며 갖가지 장벽을 뛰어넘고 하나의 언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니, 가히 최고의 평가를 받을 만했다. 양국이 맞이한 하 수상(殊常)한 시절에 의미심장한 수상(授賞)을 한 그녀의 노고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사진=심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