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유감'을 표한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사전을 찾아봤다. 유감(有感)은 느끼는 바가 있다는 것이고, 유감(遺憾)은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실질적으로는 안타까움, 슬픔, 애석함을 대신하기도 하고, 언짢음과 불만, 거부 의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김근태 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8일,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수들의 실명이 언급됐고, 가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 중 김근태 전 후보는 두 번의 '유감'을 표명했다.

가장 먼저 '유감'의 입장이 등장했던 건, 이기광 측의 검찰 고소가 있던 날이었다. 이기광 측은 지난 13일 "당사 아티스트와 관련하여 불법 사재기 및 음원 조작이 없었다"며 김근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특히 이기광 측은 "소속사에 확인도 한번 해보지 않고 성급히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잘못된 정보를 공개하고, 그 내용을 접한 사람들에게 마치 그 내용이 사실인 듯한 인식을 심어주어 해당 아티스트가 성실히 활동하며 쌓아올린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 또한 근절되어야 할 일"이라고 고소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에 김근태 전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기광 측의 검찰 고소에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이기광 측이 불법적 마케팅에 동의한 적이 없다면 이를 소명할 책임이 있다"며 공을 넘겼다. 즉, 증거가 있어 의혹을 제기했으니, 그 의혹을 소명하는 건 가수의 몫이라는 것. 사과나 애석함 보다는 불만에 가까운 '유감'으로 해석된다.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 뿐만 아니라, 연예계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 중엔 볼빨간사춘기도 있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16일, 볼빨간사춘기는 "김근태 후보가 직접 실명을 언급함으로 인해 볼빨간사춘기와 저희 소속사는 중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당사가 음원 조작을 시도했다는 근거를 명백히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공식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그로부터 4일 뒤인 20일, 볼빨간사춘기 측과 김근태가 만났다. 양 측은 볼빨간사춘기 소속사와 음원차트 조작이 무관하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 더불어 김근태가 지목한 크레이티버와 연락한 적도 없고, 관련이 없다는 것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김근태는 또 한 번 '유감'의 뜻을 표했다. 볼빨간사춘기 측에 따르면, 그는 "언더마케팅 업체의 조작을 파헤치고자 하는 기자회견이 언론을 통하는 과정에서 조작의 주체가 아티스트 측에게 있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된 것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잘못된 정보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이름을 올려야했던 볼빨간사춘기,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진심으로 즐겼던 팬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대신 그의 '유감'은 언론으로 향했다.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취지이며, 자신의 뜻을 전달한 언론에 책임을 돌린 셈이다.

이기광 측에게는 "소명할 책임이 있다"더니, 정작 볼빨간사춘기가 의혹을 소명하자 "조작의 주체가 아티스트 측에게 있다는 식으로 잘못 전달됐다"는 김근태 전 후보. '유감'의 대상이 돌고 도는 사이, 김근태 전 후보에겐 책임이 남았다. "우리 사회의 반칙과 특권, 불공정과 불합리를 끊어내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던 말에 대한 책임.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대한 유감(有感)을 계속해서 실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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