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조영남(75) ‘그림 대작(代作)’ 사건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5년 가까이 법정 다툼을 이어온 것과 관련한 소회를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 등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변론은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날 검찰 측과 조영남의 법률대리인들은 제 3자의 능력을 빌려 그린 그림을 창작물로 볼 수 있을지, 또 이런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최후 변론에서 조영남은 “먼저 지난 5년 동안 이런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 나는 평생 가수 생활을 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다녔던 용문 고등학교 때 미술부장을 지냈을 만큼 미술을 좋아했고, 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50년 넘게 그림을 그렸다. 특히 현대 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광주 비엔날레, 예술의전당 초대전 등 40번 넘게 전시회를 하며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이 콜라병을 있는 그대로 그려 성공한 것에서 착안했다. 대중의 놀이기구인 화투에서 착안해서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라며 “세밀한 화투를 그리며 조수도 기용했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틈틈이 TV로도 보여줬다. 그건 내 작업 방식을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남은 “나는 한양 음악대 2학년, 서울 음악대 3학년까지를 나왔다. 이후 현대 미술을 공부하며 특이한 사실을 알았다. 음악과 미술은 같은 예술인데 실현 방법에서는 정반대로 구사된다는 특이한 사실이었다”라며 “다시 말해서는 음악에서는, 물론 현대 음악은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바흐, 모차르트 등의 시대에서는 엄격한 규칙이 요구된다. 음정, 박자는 매우 중요한 수학적 수치로 구분돼 있고 성악, 기악 등도 악기 규칙에 따라 해야 올바르게 된다”라고 짚었다.

반면 “놀랍게도 미술은 아무런 규칙이 없다. 현대 미술은 100% 자유와 창의력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 현대 미술 문법은 모두 해체됐고 바뀌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도 되고 액자를 끼워서 주문해도 되고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피카소, 반고흐가 그림을 이렇게 하라고 한 번도 말 한 적이 없다. 현대 미술은 붓으로 그려서도 되고 물감을 뿌려도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영남은 “내 화투 그림은 화투를 어떤 방식으로 그렸다라기 보다는 그림마다 딸린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소된 그림들은 전부, 한국인의 온갖 애환이 깃든 화투를 내가 아름다운 꽃으로 상정해 그 꽃이 극동 지역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의미를 담은 ‘극동에서 온 꽃’, 누구나 갖고싶어 하는 화투 다섯 장을 올리고 ‘항상 영광’ 등 내 미술을 개념미술에 가깝다. 그림을 잘 그렸느냐 못 그렸느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사진기술 등장 훨씬 전 옛날 미술 개념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5년 동안 내 사건을 통해 직접 느낀 것은 대한민국 법 체계가 완벽하다는 거다. 나는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예술가가 될 수 있게 청한다. 대법관님들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감사하다”라며 울먹였다. 또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 보다. 부디 내 결백을 가려달라”며 원심 확정을 호소했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모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1억60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를 2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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