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2020년 여름 기대작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막이 올랐다. 동화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가 단번에 시선을 끌었지만, 서예지라는 캐릭터를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20일 밤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연출 박신우) 1회에서는 고문영(서예지)의 강렬한 첫 등장이 눈길을 끌었다.

인기 동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을 집필한 동화작가 고문영은 화려한 차림새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자신의 팬인 어린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공주님처럼 예쁘다"며 팬심을 드러냈는데, 고문영은 소녀의 귀에 대고 "내가 쓴 동화 속에는 무조건 마녀가 더 예쁘다. 왜 공주가 더 예뻐야 하냐. 예쁜 게 그렇게 좋으면 '나는 예쁜 마녀가 될래요'라고 말해봐라"며 날카롭게 이야기했다. 결국 소녀팬은 울면서 자리를 떠났다.

정신병원에서 낭독회를 열게 된 고문영은 딸과 동반자살하려 했던 남성 환자의 난동을 직접 제압하기도 했다. 방식은 섬뜩했다. 고문영은 환자를 향해 칼을 들었고, 보호사 문강태(김수현)가 직접 손으로 칼을 잡아 사고를 막았다. 고문영은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것들이 있는데, 사려 깊은 또라이가 그런 놈을 몰래 죽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이 두 다리를 쭉 뻗고 지낼 수 있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고문영은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 고대환(이얼)을 대하는 태도 역시 섬뜩했다. 고문영은 "우리 아빠 죽은 지 오래다. 난 고아다"라며 당장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기를 거부했다. 어린 시절 잠깐 같은 반이었던 친구이자, 간호사인 남주리(박규영) 나서서 수술 동의서를 받으려 했지만, 고문영은 "네가 그 사람 딸 해라, 내가 너희 엄마 딸 하겠다. 동의하면 내가 그 수술 동의서에 동의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문영은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가진 인물. 감정이 없고, 규율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살고 있다. 하지만 칼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칼을 들어보이며 다소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반사회적 인격성향은 인사적이긴 했지만,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몰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가운데 서로 "눈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고문영과 문강태의 재회에서는 감정이 없는 고문영과 문강태의 로맨스가 암시된 상황. 두 사람의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는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가진 고문영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감정이 없다는 설정부터 어색하지 않아야 문강태가 변화시켜나갈 고문영 역시 빛이 날 수 있다.

첫 회에서는 고문영의 강렬한 부분만이 비춰져 작위적으로 보이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어린 고문영이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었던 사건, 문강태와 고문영의 어린 시절 만남 등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예고됐기 때문. 모난 캐릭터인 고문영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킬 만한 요소들이 남아있다.

캐릭터가 강한 만큼, 고문영이 가진 서사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면 고문영은 역대급 개성 캐릭터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과연 고문영은 이해 못 할 캐릭터로 남을지, 살벌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을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