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SBS와 tvN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두 방송국은 각각 일베 자막 논란과 왜색 의상 논란으로 비난을 샀고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함께 VOD 서비스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방송국은 같은 방법으로 논란에 대처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tvN의 왜색 논란은 지난 20일 방송된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이하 '놀토')에서 불거졌다. 당시 아역 배우 김강훈은 tvN '도깨비'에서 김신(공유)이 입고 나온 장군 옷을 패러디 한 의상을 입고 나왔고, 복장 한가운데에는 '대일대만대길(大一大万大吉)'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해당 문구가 일본의 무장 정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최측근인 이시다 미츠나리 가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놀토' 측에 방송 중지 촉구와 공식 사과문을 요구했다.

이에 '놀토' 제작진은 답글을 통해 "먼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사과하며 "해당 의상은 제작진이 평소 거래하는 의상 대여 업체에서 구한 것이며, 출연자 김강훈은 물론 제작진, 대여 업체도 알지 못했다. 현장에서도 의구심을 갖지 못한 채 녹화가 진행됐고, 방송까지 이뤄졌다"고 논란의 의상이 방송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놀토' 측은 "현재 재방송 및 다시보기 서비스 중지, 블러 작업 시작, 대여 업체에 정보 전달, 출연자 김강훈 측에 사과 등의 조치를 행한 뒤 댓글을 남긴다"고 밝히며 "추후 더 신중한 제작을 통해 건강한 웃음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놀토' 측에 발 빠른 대처에 누리꾼들은 "민감한 부분이었지만 실수를 잘 대처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실수를 '놀토'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면 SBS funE '왈가닥뷰티'에서 벌어진 일베 자막 논란은 이야기가 다르다. 22일 방송된 '왈가닥뷰티'에서는 출연진인 홍진영, 김민경, 정혁 등이 단체 톡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홍진영과 김민경은 "정혁이 돌연 단체 톡방을 나갔다"고 폭로했고, 이를 듣고 당황한 정혁은 곧바로 해명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화면에 '들어나 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고 노무'는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데 쓰이는 용어 중 하나이기 때문.

'왈가닥뷰티' 측은 다음 날인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곧바로 "어제 방송된 외주제작프로그램 '왈가닥뷰티'에서 일베 용어를 자막으로 방송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방송 전 사전 시사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가족, 시청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왈가닥뷰티' 측은 "현재 해당 회차 재방송 및 영상 클립은 모두 서비스 중지됐으며, 이렇게 제작된 경위를 파악하여 조치할 예정이다. 앞으로 내부 심의를 더욱 강화하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BS funE 측의 사과문은 누리꾼들을 진정시키긴커녕 오히려 불을 지피는 원흉이 됐다. 이미 수차례 SBS가 일베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 2013년 SBS 8뉴스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코알라에 합성한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됐고, 2016년 '런닝맨'에서는 일베 용어 중 하나인 '개운지'가 자막으로 등장했다. 더불어 2017년 SBS 플러스 '캐리돌 뉴스'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다시 한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수차례 일베 논란이 일고 사과하는 과정이 반복된 탓에 SBS의 사과 속 진정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SBS를 향한 대중의 신뢰 역시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태다. 이미 다수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변화할 것을 약속했지만 매번 실망만 선사한 SBS이기에, 이번 계기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만 그어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놀토', SBS funE '왈가닥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