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판소리에만 지나치게 기댄 탓일까. 상업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 굳이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영화 '소리꾼' 이야기다.

1일 개봉된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은 영조 10년,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재주 많은 소리꾼 학규(이봉근)와 그의 유일한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행색은 초라하나 속을 알 수 없는 몰락 양반(김동완)의 조선팔도 유랑을 담은 한국형 뮤지컬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른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소리꾼'은 우리나라 고유의 소리지만 비교적 변방에 있던 판소리를 소재로 했다. 정통 고법 이수자인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영화에 담길 판소리에 대한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스크린 연기자가 처음이지만 판소리 명창 이봉근이 주인공 학규 역을 맡아 판소리 소재에 대한 정면 승부를 걸었다.

학규의 아내와 딸인 간난(이유리)과 심청이 인신매매로 납치당하고, 간난의 희생으로 심청은 가까스로 구조되지만 두 눈이 먼다. 영화는 학규가 심청, 장단잽이 대봉(박철민)과 함께 간난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그 과정에서 몰락양반(김동완) 등을 만난 학규는 저잣거리에서 눈이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효녀의 판소리 이야기 '심청가'로 백성들의 애환을 어루만진다.

영화에 담긴 판소리는 명창인 이봉근의 혼을 담은 소리로 엄청난 울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판소리 장면 이 외의 만듦새는 조악하다.

판소리도 담고 싶고, 권문세가의 악행과 백성들의 애환, 또 권성징악의 결말까지. 담고 싶은 것은 많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만한 연출력의 한계로 영화라고 보기엔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납치당한 아내를 찾으러 다니는 남편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소리를 즐기는 학규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재미를 위해 첨가된 인물들의 말장난은 너무 생뚱맞아 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단순한 서사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는데 액자식 구성까지 끌고 들어왔다. 학규가 지어낸 '심청가'의 장면들을 재연한 액자식 구성은 메인 이야기와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아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심청가' 속 인당수 장면에서의 CG는 김하연의 열연이 무색하게 실소가 터져 나올 정도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차라리 재연 예능 프로그램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차라리 나을 정도다.

여기에 결말 부분에서 권선징악을 위한 몰락 양반의 반전은 뻔하고, 심청의 눈에 대해서도 무책임하게 인물의 설명으로 퉁을 쳐버린다. 영화 '서편제'의 롱테이크 신을 오마주한 장면은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정도로 민망한 퀄리티다.

'소리꾼'은 판소리에 너무 집중한 탓에 영화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들에 대해서는 안일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굳이 돈을 주고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판소리 장면만 믿고 보기엔 차라리 유튜브에서 판소리 영상을 검색해 보는 것이 판소리의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소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