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그룹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속 제니가 입은 간호사 복장에 대해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한 의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정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던 YG엔터테인먼트는 거센 논란 속 해당 장면 삭제를 결정했다.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속 제니는 캡을 쓰고, 타이트한 흰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간호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두고 SNS 상에서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등의 해시태그가 등장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총조합 역시 논평을 통해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음에도 어느 때보다도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2020년,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해 등장시켰다"고 짚었다.

이러한 거센 반발에도 YG엔터테인먼트는 "특정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 입장을 내놨다. 오히려 소속사는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다"며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사과는 한 줄도 없이, 왜곡된 시선으로 뮤직비디오를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뜻의 해당 공식입장은 누리꾼들과 의료인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이에 논란은 점점 더 거세졌다.

대한간호협회는 6일 "가사의 맥락과 상관없는 선정적인 간호사 복장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킨 것은 예술 장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간호사 성적 대상화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YG의 해명을 반박했다. 이어 "왜곡된 간호사 이미지를 심어주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선정적인 장면을 예술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한간호협회는 YG에 항의 공문을 보내 공개 사과와 시정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YG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간호사의 성적대상화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뮤직비디오에 포함된 내용이 문제 될 만한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소속사에서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정한 의도가 없었다" "예술 장르로 봐달라"는 말은 해명 대신 변명이 됐다. 오히려 해당 공식입장에 대한 반박이 쏟아지며, '러브식 걸즈'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결국 YG엔터테인먼트는 7일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고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영상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소속사는 다시 한 번 "특정 의도가 없었다"며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불편을 느끼신 간호사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고 사과했다.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는 지난 2일 공개된 후 약 53분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것을 미리 알지 못 해 뮤직비디오에 오점을 남기고, 변명에 가까운 해명 입장으로 논란을 키운 소속사의 대응 탓에 '러브식 걸즈'의 탄탄대로에 얼룩이 남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