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또 한 명의 아이돌 멤버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며 활동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바로 그룹 베리베리 민찬. 최근 민찬 외에도 여러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정신 건강 악화로 휴식기를 갖고 있어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페이스 어스(FACE US)'로 컴백한 베리베리는 타이틀곡 'G.B.T.B'로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26일 소속사는 "베리베리 멤버 민찬이 잦은 건강 악화와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치료 중이며, 치료 과정에 집중하기 위해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이돌 멤버가 정신 건강 악화로 인한 활동을 중단하는 일은 최근 들어 잦다. 26일 컴백한 그룹 트와이스 역시 멤버 정연을 제외하고 8인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컴백을 앞둔 지난 17일 소속사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현재 정연은 심리적으로 일정 진행에 대해 큰 긴장 상태와 불안감을 겪고 있다"며 "아티스트의 건강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조치하기 위해 모든 일정에 당분간 불참하게 됐다"고 알렸다.

지난 19일 신곡 '와이낫?'으로 컴백한 이달의 소녀도 한 명 빠진 11인 체제로 활동 중이다. 지난 1월 멤버 하슬이 반복적인 불안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활동을 일시 중단했기 때문. 당시 소속사는 "하슬은 꾸준한 병원 치료로 인해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이달의 소녀 멤버들을 포함한 가족들, 당사 식구들 모두 하슬 양의 건강 회복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완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데이식스 역시 지난 5월 일부 멤버들의 심리적 불안 증세 호소로 휴식기를 선언했다. 이에 지난 8월 다른 멤버들끼리 유닛 그룹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를 결성해 색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만났다.

그간 가요계는 정신 건강 악화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겪으면서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일부 대형기획사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가수들이 불안 증세, 공황 장애 등을 진단받았을 때 증상을 무작정 숨기고 활동하기보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휴식기를 갖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휴식기를 갖고 컴백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도 많다. 지난 1월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일시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몬스타엑스 주헌은 약 4개월 간 휴식 후 지난 5월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비슷한 시기에 휴식기를 선언한 오마이걸 지호도 건강이 호전돼 3개월 만에 복귀했다. 지난해 정신 건강 악화를 호소했던 트와이스 미나도 2월 일본 무대에서 건강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활동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바쁜 스케줄로 인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거나, 지속적인 다이어트로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연습생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 놓이고, 데뷔 후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는 등 아이돌들에게 심리적으로 취약한 환경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유명 기획사에서 연습생 심리 상담을 맡은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 정우열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습생 때부터 항상 긴장하고, 스스로 식욕과 수면욕을 억제하는 것이 문제"라며 "데뷔하면 더 바빠져서 더 못 자고 못 먹는다. 먹고 자는 게 망가지면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없다"고 아이돌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녹화 중이거나 생방송일 때 불안 증세를 티 내면 안 되니까, 더 압박을 느껴 쉽게 공황에 빠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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