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규모를 축소해 진행됐지만,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10일이었다.

지난 22일 개막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0일 폐막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으며 명실공히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진행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오프라인 개최를 감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폐막식과 레드카펫은 물론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는 야외무대 인사, 오픈토크 등의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은 진행하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강력한 방역과 안전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모두 취소하고 영화 상영에 집중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92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매년 평균 300편 이상의 영화가 초청됐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했던 것과 다르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프라인 상영을 고집했다. 초청된 영화 대부분이 극장 상영을 전제로 작품을 출품했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 기간내 출품작 전편 상영을 위해 작품마다 1회 씩 상영했다.

개막작은 홍콩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 폐막작은 장편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선정됐다 갈라프레젠테이션에는 영화 '미나리'(감독 리 아이작 정), '사랑 뒤의 사랑'(감독 허안화),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트루 마더스'(감독 가와세 나오미), '화양연화'(감독 왕가위) 등 총 6편이 초청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안전한 영화제 개최를 위해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온라인과 모바일로만 예매를 진행하고, 티켓 확인도 모바일을 통해 진행했다. 영화 상영 후 GV는 한국영화는 오프라인으로, 외국영화는 온라인으로 진행, 안전을 위해 질의응답은 오픈채팅을 활용했다.

예년에 비해 유효 좌석수를 줄여 2만 여석만 운영했지만, 상영작 예매율 90%에 육박할 정도로 관객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오프라인 행사가 다수 취소됐음에도 영화 관람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은 관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관객들은 방역 수칙에 적극 협조하는 등 안전한 영화제 개최를 위한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노력에 동참했다.

'미나리'의 윤여정 한예리, '애비규환'의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등 충무로 스타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 소통했다. 총 135회(온라인 90회 / 오프라인 45회)의 GV가 진행돼 관객과 영화인들이 함께 만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를 이어나갔다. 물론 이 모든 현장은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진행됐다.

포럼 비프, 기자회견, 마스터 클래스, 시상식, 개별인터뷰 등 부산국제영화제는 극장 상영 외의 행사는 모두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여 언택트 시대의 맞는 행사의 유형을 마련했다. 특히, 포럼 비프에서는 온라인 회의 시스템 도입과 이 시대에 맞는 주제로 많은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누적 조회수는 2만919회로, 코로나19 시대가 무색하게 역대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해외 현지의 감독과 배우, 국내외 프레스, 부산 현장에서의 통역과 모더레이터가 각각 접속한 온라인상에서의 기자회견 또한 어느 해 보다 높은 참석률을 보였으며, 온라인으로 진행한 미라 네어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 온라인상에서의 개별인터뷰, 유튜브에서 생중계로 송출한 아시아필름어워즈 등도 이 시대의 새로운 행사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용관 이사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운이 좋게 안정된 기간에 영화제가 진행돼 무사히 마치게 됐다. 어느때보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웠던 영화제다. 도와주신 의료진, 방역팀, 경호팀, 스태프, 영화의 전당 직원 등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관객의 영화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관객 여러분들이 스스로 방역을 잘 지켜주셨다. 또 직접 부산까지 내려와주신 영화인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모든 분들이 계셨기에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더 만반의 준비를 거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를 토대로 코로나19 장기화 시 영화제 개최 방안에 대한 대비할 수 있는 경험도 얻게 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만약 장기화된다고 하더라도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포맷의 영화제를 선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면서 "다만 우리나라만 생각해야할 부분은 아니다. 내년 베니스, 칸 등의 영화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두 영화제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본 뒤 본격적인 고민에 돌입해야할듯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영화제 개최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은 끝에 축소 진행돼 개최 전 '절반짜리 영화제'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