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연기력에 빈틈이 안 보인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그 캐릭터 자체가 된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스토리까지 탄탄하다 보니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새 드라마 ‘허쉬’의 이야기다.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연출 최규식)가 11일 밤 첫 방송됐다.

‘허쉬’는 베테랑 기자 한준혁(황정민)과 인턴 이지수(임윤아)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담은 드라마다.

기자라는 허울로 감싸져있지만, 사실상 ‘허쉬’는 드라마 소개처럼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캐릭터 개개인의 사연들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상사의 명령에 굴복하고 머리를 숙인 이부터, 불복하고 유배를 가 연신 승진에 실패하는 이. 여기에 지방대 출신으로 정사원의 벽을 뚫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도 담기며 직장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서사가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허술하게 표현된 건 아니다. 개개인의 스토리가 섬세하게 구축돼 캐릭터 하나하나 빛나게 했고, 이 가운데 떡밥까지 남겨 다음에 펼쳐진 전개를 기대케 했다. 특히나 1회에서 부각된 떡밥은 들꽃이다. 이지수는 창밖에 몸을 기대 몰래 김밥을 먹다가 창틀에 핀 들꽃을 발견하곤 오수연(경수진)을 불러낸다. 그러면서 이지수는 “우리의 이름을 따 수수화라고 짓자”며 “언니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극중 오수연은 여러 인턴 경험이 있지만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정직원은 되지 못한 인물이다. 이 가운데 1회 말미 “네가 알아서 잘라내’라는 나성원(손병호)의 말과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린 오수연의 모습이 담겨 수수화와 오수연의 상관관계를 궁금케 했다.


이처럼 캐릭터들의 서사가 탄탄하게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쳐줄 배우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터. 그러나 ‘허쉬’엔 연기 구멍이 없다. 모든 배우들이 마치 그 캐릭터 자체가 된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매일한국이 실제로 있는 회사처럼 느껴지게 했다.

먼저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황정민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황정민은 기자정신에 어긋난 상사에 만행에 지쳐 ‘자발적 기레기’가 된 한준혁부터 수년 전 자신이 지켜내지 못한 사람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임윤아 역시 매일한국 취직을 준비하는 사회초년생부터 한준혁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이지수의 얼굴을 탄탄하게 완성시켰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임윤아의 표독스러운 눈초리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됐고, 황정민의 능청스러운 리액션과 어우러지며 1회 말미 공개된 반전을 더 돋보이게 했다.

이 밖에 경수진, 박호산, 김원해, 유선, 정준원 등도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 현실감을 높였다.

이처럼 ‘허쉬’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완성도 높은 첫 발을 내디디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전작인 ‘경우의 수’가 달성한 최고 시청률 1.6%를 웃도는 3.5%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과연 8년 만에 돌아온 황정민과 흥행 보증 수표 임윤아의 만남이 침체돼있던 JTBC 드라마국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