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철인왕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로 역사왜곡과 신선한 상상력 사이에서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극본 박계옥·연출 윤성식) 1회는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8%(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 역대 tvN 주말극 첫 방송 시청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13일 방송된 2회는 8.8%로 시청률이 상승, '철인왕후'는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으며 인기 드라마 반열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시청률로 표현된 시청자 반응과는 달리, '철인왕후'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먼저 '철인왕후' 원작 작가를 둘러싼 논란이 첫 방송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철인왕후'의 원작인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의 작가가 집필한 작품 중 '화친공주'는 대표적인 혐한 소설로 꼽힌다. '화친공주'에는 고려인들을 비하하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윤성식PD는 이미 제작발표회에서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하지만, 현대 남성의 영혼이 왕후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이라며 원작과의 거리를 뒀다. 그러나 최근 혐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은 터라 '철인왕후'의 원작과 원작 작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감은 짙다.

여기에 2회에 등장한 "조선왕조실록, 순 지라시네"라는 대사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왕의 일상과 정사를 472년간 연월일 순서에 따라 세밀하게 기록해놓은 역사서다.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커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같은 역사서를 "지라시"라고 비하했다는 점에 대해 누리꾼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아무리 상상력을 더한 퓨전 사극이지만, '철인왕후'는 철종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더욱이 윤성식PD는 "개혁을 꿈꾼 군주였지만 힘없이 죽은 왕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이 아쉬워 현대의 인물과 함께 철종을 재조명해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라시" 대사 논란은 역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기획의도에 반하는 지점이기에 더욱 실망이 크다.

이와 무관하게 남자의 영혼이 들어온 김소용을 맡은 신혜선의 코믹한 연기력이 '철인왕후'의 인기를 이끌고 있다. 그의 활약으로 인해 이미 입소문은 타고 있는 상황.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고퀄리티 퓨전 사극다운 전개로 앞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육룡이 나르샤' '기황후' 등 그간 인기를 끌었던 퓨전 사극 역시 역사왜곡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이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철인왕후'는 인기에 오점으로 남을 만한 역사왜곡 논란은 피해야 할 것이다. 역사왜곡 대신, 실제 역사와 작가의 상상력이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깊이 있는 '재조명'으로 스토리를 채워야 한다. 코믹 장르답게 재치를 더하되, 한없이 가볍지는 않은 철종의 재조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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