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더 킹 - 영원의 군주'를 시작으로 '앨리스'와 '시지프스'까지. 타임 패러독스물을 다룬 드라마들이 계속해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에선 타임 패러독스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무수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방송된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그러했고, 같은 해 공개된 '앨리스' 역시 시간 역설을 주제로 스토리가 진행됐다. 올해만 해도 OCN '타임즈', KBS2 '안녕? 나야!', JTBC '시지프스: the myth'(이하 '시지프스') 등 다양한 작품이 타임 패러독스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들 중 어떤 작품도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를 중심으로 이민호와 김고은이 뭉쳐 2020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지만, 과도한 PPL과 중구난방의 설정들은 몰입도를 떨어트리며 안방극장에 실망만 선사했다.

4개월 뒤 방송된 '앨리스'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시간을 오가며 의뢰를 들어주는 '앨리스'만의 에피소드들이 흥미를 높였지만, 오히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시간 여행 이야기가 펼쳐지며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그랬던 것처럼, '앨리스'는 억지로 해피엔딩을 그려내기 위해 자신들이 짜놓은 설정들을 스스로 무너트려 아쉬움을 남겼다.

안녕? 나야!, 타임즈

이런 두 개의 대표적인 예시가 있음에도, 8일 종영한 '시지프스' 역시 비슷한 평을 받으며 굴욕적인 퇴장을 맛봤다. 결국은 디테일의 문제였다. 엉성한 컴퓨터 그래픽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떨어트렸고, 뒤늦게 풀린 수많은 떡밥들은 시청자 이탈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조승우·박신혜 조합에도 '시지프스'의 시청률은 3%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까지 떨어지더니 결국 KBS2 '안녕? 나야!'에게까지 밀려버렸고, 최종회는 첫 방송 시청률(5.6%)에도 못 미치는 4.4%를 기록했다.

엔딩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아무리 시청자들이 새드엔딩을 예상했다고 한들, 에디 김(태인호)이 그저 김서진(정혜인)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20년 지기 친구 한태술(조승우)을 배신한다는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이유였다. 시그마(김병철)가 한태술의 희생에도 다시 악의 길을 간다는 엔딩 역시 갑론을박이 오갔다.

'안녕? 나야!'와 '타임즈'는 스토리 면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이 각각 평균 3%대와 2%대에 머물며 조용히 막을 내렸다.

이처럼 타임 패러독스물을 다룬 드라마들은 영화와 달리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초반엔 좋았지만 중후반부터 타임 패러독스만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스토리가 너무 억지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피엔딩만을 찾던 시청자들은 이제 없다. 사랑받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무엇을 떼어버려야 하는지, 진정으로 고민해 봐야 할 시기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더 킹 - 영원의 군주' '앨리스', JTBC '시지프스', KBS2 '안녕? 나야!', OCN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