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공승연은 그 기간 동안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다.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마침내 10년의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다는 공승연이다.

공승연은 지난 2012년 광고로 데뷔한 배우다. 데뷔한 지 벌써 10년 차. 그러나 막상 공승연의 대표작이 뭐냐 물어보면 대답하기 쉽지만은 않다. 그가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 역시 MBC '우리 결혼했어요' 때문이니 말이다. '공승연'이라는 이름보단 트와이스 정연의 언니로 더 유명한 그다.

그렇기에 공승연은 처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의구심이 먼저 들었단다. "'이게 나한테 온 대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처음 대본을 보내주셨을 땐 과연 절 캐스팅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는 공승연은 "진아와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지금껏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간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만 맡아봤던 것 같다. 그런데 진아는 조금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어 그렇게 생각했다"며 "또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 진짜 이 영화가 내 영화가 맞나 싶었다"고 전했다.

계속된 홍성은 감독의 설득 끝에 출연까지 결정짓게 됐지만, 여전히 과묵한 성격의 진아는 공승연에게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극중 진아는 일을 배우려는 후배 수진(정다은)에게 "밥 먹을 때 따라오지 말라"고 얘기하거나, 매일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건네는 옆집 이웃도 무시하는 내향적인 성격을 지녔다.

공승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진아가 왜 이런가 싶었다"면서 "관객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 특히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점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진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로 했고 감독님께 정말 많이 물어봤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했다. 다행히 촬영 전에 제가 의문을 품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답변을 해주셔서 진아를 서서히 이해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승연은 진아의 직업인 카드회사 고객상담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상담사의 톤을 연기하기 위해 집에서도 계속 밝은 톤으로 말하곤 했다"면서 "샤워를 하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밝은 톤으로 말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을 지냈다. 또 제 둘째 동생이 실제로 상담사 일을 해봤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진아의 늘 비슷한 패션 스타일 역시 의도한 부분이었다. 공승연은 "촬영 전부터 감독님과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답하며 "비슷한 느낌의 옷을 돌려 입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진아는 쇼핑을 하는 친구는 아니라 생각했다. 계절마다 입는 옷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이 평소에 입는 옷이 내가 생각한 진아의 모습과 비슷하더라. 그래서 가끔은 감독님의 겉옷을 벗겨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썼던 덕일까. 첫 장편 스크린 데뷔작이었던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에게 특별한 선물까지 선사했다. 공승연은 지난달 29일부터 8일까지 열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수상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상을 품에 안게 됐다.

특히 공승연은 상을 받으며 눈물까지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수상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이전에는 받았던 상들이 거의 아이콘상, 뉴스타상 같은 거였는데, 이번에 연기로 상을 받은 게 처음이다. 그래서 더 감회가 남달랐다. 그동안 연기했던 걸 보상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선 "사실 시상식에 갈 때만 해도 '가서 이 말은 꼭 해야지'하고 생각한 모범답안들이 있었다. 멋있게 수상소감을 해야지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눈물이 터지더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수상하는 내내 진땀을 뺀 것 같다. 감사한 분들에게 이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하나 걱정이 됐다"며 웃었다.

공승연에게 배우상은 상 이상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는 "출연하기까지 많이 주저하고 겁을 냈던 작품이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또 좋은 성과를 내기까지 해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예전엔 스스로 한계를 뒀다면, 지금은 한계를 열어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연기상을 받기까지 무려 10년. 오랜 고군분투에 지치기도 했을 터. 그럼에도 공승연이 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는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공승연은 "인정받고 싶었다. 스스로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일을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해보자 하는 오기가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만큼, 공승연은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공승연은 "영화제도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하니까 너무 새롭고 기쁘다. 터닝포인트라고 딱 생각한 지점은 없지만 지금이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원동력 삼아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일단은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제 필모를 쌓아가고 싶다. 사실 아직까진 배우라는 직업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도 찾지 못한 것 같다. 아직까지는 배우라는 직업을 그냥 하고 있는 사람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중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승연은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옛날부터 막연하게 '30대 때부터는 좋을 거야'라는 말을 하고 지내곤 했는데, 내년에 딱 서른이 된다. 기대가 많이 된다.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연기를 못하게 될 상황도 올 거라 생각한다. 최대한 연기는 열심히 할 건데. 혹시나 연기를 못하게 되더라도 무너지지 않게끔 마음의 준비는 늘 하는 것 같다"고 담담히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바로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