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몬테크리스토’의 배우들은 싸우다가도 갑자기 건강기능식품을 먹는다. 불편한 사이에도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은 기본이고, 몸져누워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도 건강기능식품을 권한다.

PPL(Product Placement,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기업의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의 세계에서 설정된 상황들이라지만, 납득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는 시각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드라마 제작 구조상, 제작비 충당을 위한 간접광고 삽입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는 없지만, 지나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KBS2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극본 정혜원 연출 박기호)는 지난 2월 첫 방송을 시작, 최근 8부 능선을 넘어섰다.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이 17.6%(69회 방송), 지난 4일 방송된 80회의 시청률이 15.3%를 기록하는 등 KBS 드라마국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드라마는 믿었던 친구들에게 죽음까지 내몰렸던 한 여인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송두리째 빼앗긴 인생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밟았지만 살아 돌아온 여자 주인공과 거짓말 위에 거짓말을 만들어 가는 또 다른 여자 주인공의 사연이 이 드라마를 이끄는 힘으로 통한다. 회를 거듭하며 복수와 방어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시청률도 여기에 응답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들의 복잡한 애정 관계가 얽혀있다는 것도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다. 여기에 이소연, 최여진, 이다해로 이어지는 여자 주인공들과 중견 연기자들의 감정 연기가 더해져 높은 시청률을 견인한다는 평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광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방송 초반 배경을 차지했던 간접광고가 이제는 대사까지 덮쳤다. 예를 들면 드라마의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화장품 사용, 건강기능식품 섭취가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한 가게의 손님이 침대의 효능을 읊는다거나,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을 사용하며 미모 예찬을 한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건강기능식품을 꺼내 먹으며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은 배우들의 우수한 연기력을 간접광고에 활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물론 PPL이 없는 드라마는 없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배경이나 소품을 통해 간접광고를 진행, 제작비에 도움을 얻는다. 하지만 흐름을 깨트리는 광고 삽입은 드라마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등 돌린 시청자의 부정 의견이 시청률에 반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 홍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스 몬테크리스토’ 역시 이를 염려해야 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광고 장면들 탓 채널을 돌리게 된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심각한 장면이 우습게 비친다는 반응들도 눈에 띈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유쾌할 리 없다.

막바지를 향해 가는 드라마에 도움 되는 의견들은 아니다.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 드라마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2 '미스 몬테크리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