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데뷔 39년차, 가수 임병수(62)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는 쉽지 않은 적이었다. 지난 2019년 10월, 회식 자리에서 모두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내놓은 신곡 ‘오라오라’가 두 달여 만에 사실상 ‘금지송’이 되며 활동 방향을 잃었다. 여느 동료들처럼 지난해를 별 소득 없이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긍정의 힘’이 있었다. 가수라는 업 자체에 회의가 들 때마다 ‘그래도 나는 노래할 때가 제일 멋있지’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만들었다는 그는 힘든 시기 지친 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 만한 곡을 쓰며 값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탄생한 곡 ‘내가 가는 길’은 8일 오후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이 곡은 발라드곡 또는 라틴풍의 곡을 주로 했던 그에게서 떠올리기 힘든, 색다른 장르의 곡이다. 슬로우 록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에 라틴과 트로트 느낌을 살짝씩 담아냈다.

주로 사랑을 노래했던 가사에도 변화를 줬다. “다른 방향으로 만들자”는 고민 끝 인생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었다. 가수 데뷔 1년 전인 1983년 한국에 와 무려 40여년을 살았지만, 처음 들어본 속담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더라’는 속담이 있더라. 너무 재미있더라. 어찌 보면 심각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부딪혀보자는 내용이다. 가사를 써 준 친구가 짝꿍 출신 정유경인데 이 구절을 넣느냐 마느냐 하다 결국 넣어서 재미있어졌다.”

사연 많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아보자는 긍정적 내용에 더해 중년 남성의 고독한 고민도 가사에 담아냈다. 임병수는 “누군가 방송에서 한 할머니에게 ‘인생이 뭐예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인생은 혼자서 가는 거야’라고 하시더라. 주위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게 와 닿아서 거기에 내용을 보태 곡을 만들자고 했다”라며 웃었다.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기 위해 특유의 청량 보이스도 내려놔야 했다. 4~5번 만에 녹음을 마쳤다고 운을 뗀 그는 “갈라지는 소리가 나쁘지 않은 거다. 더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 디렉팅을 하는 친구 역시 예쁘게 들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라고 했다. 또 “내가 내 자신을 잘 알지 않나. ‘이 정도면 잘 했네’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곡 작업은 유쾌 그 자체였다. 디렉터와 거친 가창 스타일을 논하며 웃던 것을 시작으로 악기 녹음, 재킷, 뮤직비디오 촬영 작업까지 모든 게 수월하게 흘러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뭉쳐 작업하다 보니 막힐 일이 없었다는 게 그가 이번 곡에 더 만족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이 곡은 리얼로 가야겠다 싶어 드럼, 베이스, 일렉 기타 등 악기 녹음을 다 직접 땄다. 엔지니어, 세션 분들과도 마음이 맞으니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주를 했다. 재킷에 있는 사진은 녹음 중 또 디렉팅 중 지인이 찍어준 사진이다. 만족스러워 사용하게 됐다”라고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기를 이야기할 때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돈을 많이 들여 영화처럼 만들기는 힘들지 않나. ‘오라오라’ 때는 을지로 주점에서 지인들을 다 불어 모아두고 노는 것처럼 찍었다. 이번에는 스튜디오 촬영인데 힘든 상황이니 노는 것 같은 분위기로 찍어봤다. 조그만한 가게를 하고 있어서 그 안에서 찍었다. 예쁜 뮤직비디오가 나올 것 같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이 시기, 함께 들으면 좋을 곡을 들고 나왔지만 곡 홍보는 큰 숙제로 다가왔다. 소극장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지만, 전처럼 무대에 서서 곡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방송 출연 역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예전처럼 라디오에 많이 나오고 TV에 많이 출연하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딘가에서 나를 필요로한다면 언제든 나설 의향이 있지만, 다양한 루트에서 이슈가 돼야 노래가 알려질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개똥’이라는 키포인트 가사 등을 앞세워 초등학생부터 중, 장년층까지 전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으면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이슈 포인트였다.

이를 위해 가수 동료들이 하는 유튜브 출연에 의욕을 나타냈다. 최근 가수 한혜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던 그는 뿐만 아니라 지역 인기 유튜버들의 채널에도 나가 곡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는 노래방 인기곡이었다. 그는 “‘아이스크림 사랑’은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옆방에서 누군가가 부르고 있을 때가 있다. 불안한 시국이 안정된 후 어느날 어느 노래방에서 누군가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가는 길’ 이후, 어렴풋이 세워둔 활동 계획도 전했다. 다시 라틴풍의 곡을 만들어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당장은 ‘내가 가는 길’의 성공이 목표였지만, 곡 작업은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이 끝난 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누구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이 나올 거다. 어딘가 가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한 후 “요즘엔 내셔널 지오그래피 채널만 봐도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