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인생 두 번째 드라마를 막 끝낸 배우 서지원(29)의 눈빛은 빛났다.

서지원은 최근 KBS2 일일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극본 정혜원, 연출 박기호) 촬영을 마쳤다. 드라마에서 신덕규 역을 맡은 그는 부친을 죽인 원수 주태식(권오현)에 복수하기 위해 고은조(황가흔, 이소연)와 손을 잡고 작전을 펼쳐나갔다. 복수를 마친 후에는 고은조의 죄까지 떠안고 자수를 선택, 복수가 이어질 수 있게 한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미스 몬테크리스토’는 그의 두 번째 드라마였다. 지난 2018년 KBS 스토리 드라마 ‘당찬 우리동네’를 시작으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었지만, 비교적 공백이 길었다.

물론 연기 경력이 아주 짧은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입시 재수까지 해가며 연극학과에 입학해 연기를 배웠다. 고향인 충남 당진에는 연기학원이 없다 보니 새벽 3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막차를 타고 돌아가는 일을 반년 넘게 반복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스물넷부터 시작한 단역 생활을 포함하면 꽤 많은 작품에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다만 역할을 갖고 이름이 불린 드라마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스물셋에 전역을 했다. 군대에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연극을 먼저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연극 오디션을 보고 했는데 이상하게 연이 안 맞았다. 갑자기 제작자가 도망가는 일도 생기고 하니 나랑 안 맞는구나 싶었다. 단역은 스물넷부터 시작했다. 꾸준히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든 생각이 ‘나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거였다. ‘친구1’ ‘친구2’ 이렇게 부르다 이번 촬영장에서 이름으로 불리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

지난 2월 9일 첫 촬영을 시작, 4개월여 동안 신덕규로 불렸던 그는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들에 고마움을 전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라고 운을 뗀 그는 “스태프분들도 편하게 해주셨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시고 부족한 게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라고 했다.

권오현, 오미희, 선우용녀 등 대선배들을 비롯해 드라마 ‘신입사원’ 때부터 동경해 온 이소연 등으로부터 많은 가르침, 배려를 받았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번 작품에서 본인의 연기에 대한 점수는 50점 정도였다. 주태식에 가져야 하는 ‘증오’라는 감정을 잡는 것부터가 어려웠다고 했다. 겪어본 감정이 아닌데다가 주태식 역을 연기한 권오현의 실제 모습을 보면 감정 몰입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서지원은 “촬영장을 가는 날이면 리마인드를 했던 것 같다. 증오란 감정이 뭘까란 생각을 많이 했고, 이입해서 내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어땠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그런데 또 막상 보면 (권오현) 선생님이 너무 좋으시다. 넘 따뜻하게 말씀을 해주시고 귀엽기까지 하셔서 증오란 감정이 쉽게 생기지 않았다”라고 했다.

캐릭터 해석과 관련해서는 “일단 사기꾼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가면 갈수록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며 웃어 보인 후 “의사니까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캐릭터를 감독님은 원하셨는데 내가 목소리 톤이 높고 말이 빠르다. 신뢰를 줘야하기 때문에 톤과 말하는 속도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털어놨다.



녹화 스케줄과 세트장 사용에 적응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일일드라마는 하루에 하나씩 나가야 하지 않다. 직전에 영화를 찍었었는데 영화는 내가 찍고 나서 모니터를 보고 수정을 해가며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찍은 것을 보고 오케이 후 넘어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찍은 것을 내가 볼 수 없다 보니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시청자게시판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고 해서 나름 괜찮단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항상 아쉬움은 남는 것 같다”라고 했다.

또 “카메라로 원투쓰리를 찍다 보니 대사를 할 때 이쪽 카메라 불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대사를 했다가 또 다른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그쪽을 보고 대사를 해야 하니 어려웠다.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원투쓰리 적응’이 이거구나를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생님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하셔서 또 배웠다”라고 말했다.



‘미스 몬테크리스토’ 이후를 이야기하면서는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아쉬우면서도 “연기 활동에 있어서 ‘점프대’ ‘발판’ 같은 작품이 됐다”며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바라는 배우상은 ‘잘 노는 배우’라고 했다. 배우 차태현이 롤모델이라고 말한 그는 “차태현 선배나 조정석, 강기영 선배처럼 약간 호흡이 독특하다고 해야 하나.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라며 웃었다.

최근 본 드라마 중에서는 ‘모범택시’ 속 불량 학생 역이 탐났다고 했다. 영화로는 ‘파수꾼’ 속 박정민의 역할을 탐냈다. “하반기 농사를 잘 지어서 내년 상반기에는 더 좋은 작품 오디션에 합격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배우를 넘어 제작에도 욕심을 갖고 있었다. 로맨틱코미디(로코) 장르를 좋아해 즐겨 본다는 그는 “로코의 남자 주인공을 넘어 제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했다. 색다른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캐릭터를 깊이 있게 이해해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가 스물아홉 번째 해를 살고 있는 배우로서 꾸는 꿈이었다.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은 빛났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