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시작만 하더라도 괜찮다 생각했지만 곧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나홍진 감독의 계략 속에 빠졌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찝찝하고 공포스러운 연출이 연달아 펼쳐지며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영화 '랑종'이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배급 쇼박스)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담은 공포 스릴러다.

'랑종'은 기획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태국을 대표하는 공포 영화로 손꼽히는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국내 '곡성'으로 오컬트 장르 부흥기를 이끈 나홍진 감독이 합심한 작품이기 때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감독의 원안을 바탕으로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공포에 일가견 있는 두 감독의 만남인 만큼 시작부터 살 떨리는 연출이 펼쳐질 거란 예상과 달리 '랑종'의 초반부는 잔잔한 편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돼 천천히 관객들을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낯선 시골마을로 초대한다.

이후에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꽤 오랜 시간을 태국의 무속신앙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님(싸와니 우툼마)은 마을을 대표하는 무당으로서 가문의 대를 이어 모시고 있는 바얀 신을 소개하고, 카메라는 마을 곳곳에 위치한 석상, 문양, 부적 등을 비추며 이산 지역 내 종교 분위기가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신비로운 미장센들이 프레임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어 마치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까지 부여한다.


그렇게 마음을 놓을 때 즈음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자신이 준비한 '장치'들을 선보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아차' 싶게 만든다. 순간 영화의 장르는 급변하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공포의 웅덩이 속으로 불러들인다.

나홍진 감독의 탄탄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다양한 촬영 방식을 준비했다. 일반적인 방식은 물론, 핸드헬드, CCTV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세 달간의 기록을 담아냈다. 평소 주위에서도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이기에 현실감이 더해지고,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되어 있어 마치 과거 실제 있었던 사건 기록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까지 부여한다.

여기에 공포 영화라면 빠질 수 없는 음침한 사운드가 더해지며 기괴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마치 현악기 줄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며 어딘가 느껴지는 찝찝함에 주변을 살피게 한다. 이 밖에도 마을 사람들의 기도 및 비명 소리가 현실감 있게 담기며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리얼리티에 너무 초점을 맞춘 탓에 영화 자체의 수위는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혈흔, 상처, 나체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완성도 높은 영상미와 서스펜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를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탄탄해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무더운 한 여름밤 더위를 싹 가시게 할 공포 영화를 찾고 있다면 영화 '랑종'을 추천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랑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