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나훈아의 부산 콘서트가 결국 연기됐다. 부정 여론에도 콘서트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강제로 공연을 열 수 없게 되는 굴욕적인 상황을 맞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4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며, 공연계가 다시 멈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2~4단계 적용에도 최대 5000명 이내가 모이는 공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감염 확산 우려를 막기 위해 숨을 고르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 속, 가요계의 큰 어른 격인 나훈아의 ‘마이웨이’가 시작됐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대구에서 회당 4000석 규모의 단독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 당시 대구는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으로 콘서트 개최가 방역 지침을 어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만이 운집하는 공연 개최 관련 지적이 이어졌다.

나훈아 측은 공연 취소에 따른 스태프들의 생활고를 이유로 들며 공연을 강행했다. 총 6회 공연에 2만여 명이 다녀갔다. 관련 확진자 소식이 따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우려와 불안감이 상당했다.

이어 나훈아 측은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 해운데 벡스코 공연을 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코로나19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식의 무모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주장이었다.

부산 역시 일일 확진자가 100여명에 달하는 상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4000명 규모의 콘서트 개최는 적절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 측의 공연 자체 취소는 없었다.

결국 방역 당국이 나섰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비수도권 공연 개최 제한 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공연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22일 0시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비수도권에서도 등록된 공연장에서만 방역수칙 준수 하에 콘서트를 열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이다.

손영래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내일부터 비수도권 등록 공연장에서만 공연이 허용된다. 수도권은 지금 공연 목적의 시설을 임시적으로 활용하는 임시적 공연장에 대해서는 모두 공연이 금지된 상태다. 이를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훈아 콘서트도 마찬가지로 금지된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것으로 위반 시 처벌이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방역 지침에 공연이 막히며 결국 나훈아 측은 콘서트 티켓 예매처 ‘예스24’를 통해 오는 8월 20일부터 22일까지로 공연을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 여론은 여전한 상태다. 사회적 우려에도 대규모 공연을 강행하려 한 것을 아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루 종일 낀 장갑 탓 갈라진 코로나19 의료진의 손 사진과 나훈아의 행동을 비교하며 안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료들 역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은 21일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시국 공연을 진행한 나훈아를 대놓고 저격했다.

그는 “나훈아 선배는 정말 부럽다. 후배들은 겨우 몇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젊을 때 온화해지고 늙어서는 신중해져라는 말을 했다던데 가왕이라 미덕 따위는 필요 없는 거냐”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그래도 공연을 하시겠다면 힘없고 못 나가는 후배들이 어쩔 도리는 없다”라고 적었다.

물론 공연 스태프들의 생활고를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진자 수를 줄여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는 것이 공연계 생활고 해결에 궁극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에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미지 타격 탓 지난해 추석, KBS에서 기획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를 통해 만든 ‘나훈아 신드롬’도 위태해졌다. ‘가황’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만들어 온 이미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예아라 예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