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새파랗던 신인 때도, 어느덧 베테랑 배우가 된 지금도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 이정표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의 길을 걸으며 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배우 조인성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제작 덱스터스튜디오)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조인성은 극 중 안기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을 연기했다.

조인성은 왜 '모가디슈'를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혼자'가 아닌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합을 이뤄 만들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김윤석 허준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다른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해내기만 하면 영화에 풍성함을 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다면 조인성이 이번 영화에서 강대진으로서 해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조인성은 강대진을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로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기존 안기부 인물과는 뭐를 좀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대상이 담긴 인물이지만, 전형적이지 않게 보이기 싶었다"면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지더라. 체면을 감수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때로는 비굴하기도 했다가 소리를 지르는 다채로운 모습을 표현한다면 기존 (안기부 요원) 이미지와 조금 다른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강대진이 구사하는 '콩글리쉬'에 가까운 영어도 캐릭터를 연구한 끝에 나온 조인성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캐릭터가 탄생한 배경을 궁리를 하다 보니까 유학생활을 하거나 영어를 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녔던 게 아니라 현지에서 살기 위한 영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시대상에 맞게 현실적인 영어를 하려고 극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은 강대진이 관객들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작용하길 바랐다.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긴박한 서사 속에 잠깐이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했다고. 조인성은 이에 대해 "우리가 마블 영화에서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숨을 틔워주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완성한 강대진 캐릭터의 옷을 입은 조인성은 각각의 캐릭터로 분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캐릭터들 간의 '케미'를 완성했다. 배우들과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나누며 함께 '모가디슈'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진행된 올 로케이션 촬영 덕분이었다. 조인성은 "이 영화는 편수로는 한 편이지만 체감으로는 3~4편을 같이 한 느낌이다. 각자 촬영이 없을 때 만나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다른 영화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집단을 이뤄서 산 듯한 느낌이다"라고 했다.

외국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조인성에게 남다른 경험으로 남아있었다. 조인성은 "언어를 넘어선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이래서 연기를 예술이라고도 하는구나 싶었다. 언어 이상의 느껴지는 것들이 있더라. 언어가 다르면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고 비슷한 느낌으로 무대에 선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이 모로코 현지에서 온전히 서로 교감하며 연기 호흡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류승완 감독의 힘이 컸다. 조인성은 "류승완이기에 가능했던 프로덕션 아닌가 싶다. 오랜 경험에 의한 판단력과 다른 사람의 의견에 열린 귀 등이 류승완 감독만의 힘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모가디슈'를 통해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김윤석과의 작업도 조인성에게 많은 느낌을 받게 했다. 조인성은 "선배님과 작업할 수 있을 때 작업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선배님을 보면서 시나리오의 빈 곳과 촬영장 공간에서 나오는 생동감을 다 디테일하게 살리더라. 그런 모습에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내가 보는 시점보다 훨씬 더 넓게 영화를 아우르는 모습에 감탄했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부럽고 대단하다는 느낌들을 많이 받으면서 있었던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인성은 "윤석 선배님이 워낙 뛰어난 배우이다 보니까 제가 민폐 안되게 역할을 수행하는 게 도전이었다.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모든 후배들이 빛났던 것 아닐까 싶다"면서 또 한 번 이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함께할 수 있어 감동이었고 영광이었다"면서 김윤석을 향한 존경심을 전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모로코에서의 4개월 간 로케이션 촬영을 끝에 완성한 '모가디슈'다. 그러나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가가 어려운 시기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해 조인성은 "'우리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극장에 모여주세요'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좀 그렇다. '모가디슈'라는 영화가 있다고 안내를 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신다면 '모가디슈'를 선택해주시는 건 어떨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로서 대중과 함께 해 온 조인성. 신인이었던 20년 전과 지금의 조인성의 마음 가짐과 가치관은 달라진 게 있을까. 이에 대해 조인성은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했다. 조인성은 "어렸을 때는 20년 후면 연기를 쉽게 할 수 있겠지 싶었는데 지금도 어렵다. 연기를 대하는 입장은 똑같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조인성은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을까. 조인성은 "방향성이라고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다. 조금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모가디슈' '안시성' '더킹' 같이 큰 상업성의 틀 안에서 혼자 이끌어가는 영화도 하겠지만 캐릭터만 괜찮다면 참여해서 영화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했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있으면서 어떻게 대중과 소통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해볼 수 없다. 영화를 봐주시는 것도 좋지만 안방으로 찾아가면 어떨까 싶어서 '어쩌다 사장'을 하게 된 것 같다. 지금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모가디슈', IOK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