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첫 방송부터 담으려 했던 게 너무 많다. 다양한 캐릭터의 서사를 담으려 하다 오히려 넘친 꼴이 돼버렸다. 여기에 등장하는 중간 광고는 기껏 쌓아놓은 몰입마저 무너트려 놓는다. 좋은 점 보단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남는 '인간실격'이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인간실격'(극본 김지혜·연출 허진호)이 4일 밤 첫 방송됐다.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이부정(전도연)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이강재(류준열)가 격렬한 어둠 앞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인간실격'은 그간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선물' 등의 영화로 호평을 받은 허진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또 류준열과 전도연이 5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회에서부터 호불호 갈리는 전개와 연출 구성이 펼쳐지며 극과 극의 평가를 낳은 것.


첫 회이다 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선 강재와 부정을 비롯해 '인간실격' 속 모든 캐릭터가 낯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들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서사를 갖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극 초반 소수의 캐릭터에 집중하거나 중추적인 한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가곤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인간실격'은 다소 불친절한 서사 구조를 지니고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많고 스토리도 중구난방인 탓이다. 10분마다 카메라가 비치고 있는 캐릭터가 바뀌고 이에 따라 스토리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드라마가 뭘 말하고 싶은지 통 가늠할 수 없게 한다.

그렇기에 캐릭터들의 감정선 역시 공감하기가 힘들다. 딱이(유수빈)는 먼저 세상을 떠난 정우(나현우)를 향한 안타까움에 오열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르기에 슬픔이 전해지기보단 '왜?'라는 물음이 먼저 하고, 부정이 아버지 창숙(박인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경우 대사와 전도연의 연기만큼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지만 막상 부정의 감정은 와닿지 않는다. 부정을 소개하는 과정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기 전 캐릭터 소개를 보지 않고선 부정의 서사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해 부정과 강재의 서사에 조금 더 힘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가운데 드라마 시작 15분 만에 등장한 광고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됐다. 아직 부정과 강재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황에 중간 광고가 등장하다 보니 분위기를 환기시키긴커녕 앞에서 기껏 쌓아놓은 몰입마저 무너트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반부에 다시 한번 광고가 등장하며 드라마는 겨우 쌓은 집중을 다시 한번 깨트려 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네이버 톡에는 벌써부터 호불호 갈리는 평가가 오가고 있다. 아직까진 확신보단 의문이 먼저 드는 '인간실격'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인간실격'이 추후 개선된 연출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인간실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