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다사다난한 8개월을 지낸 허항 PD. 각종 논란과 비판에 시달리던 그가 할 수 있던 건 반성뿐이었다. 그리고 허항 PD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허항 PD가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지휘봉을 들게 된 건 지난 3월. 그는 4년여간 '나 혼자 산다'를 이끌어 온 황지영 PD의 뒤를 이어 메인 연출을 맡게 됐다. 하지만 7년 넘게 사랑받아온 프로그램을 이끈다는 게 쉽지 많았을 터. 때문에 허항 PD가 연출을 맡으며 처음 느낀 감정도 부담감이었단다.

그럼에도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들기로 결정한 허항 PD. 그가 '나 혼자 산다'의 지휘봉을 든 뒤 처음으로 한 것은 바로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허항 PD는 "어쨌든 PD를 맡은 입장에선 지금의 현상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나 혼자 산다'를 만들 것인지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시청률도 물론 중요하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곤 하지만, 오래된 포맷인 만큼 변화는 꼭 필요하다 생각했다"며 "다만 새로운 '나 혼자 산다'를 만들되 기존에 프로그램을 사랑하시던 분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찾아야만 했다. 기존의 결은 유지하면서 조금씩 실험적인 시도를 가미해 봤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새로움을 쫓는다고 해서 무턱대고 프로그램을 180도 뒤바꿔놓을 순 없는 노릇. 이에 허항 PD는 '전회장' 전현무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 '나 혼자 산다'가 변화에 흔들리지 않게끔 중심을 탄탄히 잡아놓기 위해서였다.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 초창기에 조연출로 있었는데, 그때도 전회장님이 계셨다. 개인적인 상황으로 하차하셨지만 언젠간 돌아와야 할 사람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PD를 맡게 되며 가장 먼저 한 게 전회장님께 연락을 드린 거였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너무나도 흔쾌히 복귀를 결정해 주셨고, 덕분에 '나 혼자 산다'의 색도 많이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또 많은 힘을 주고 계신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주시고 계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항 PD는 짧은 시간 '나 혼자 산다'에 많은 변화를 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 모든 게 그의 의도대로만 흘러갈 순 없었다. 논란은 쉴 새 없이 터지며 그를 압박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비판의 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여기에 제작진들의 미흡한 대처까지 더해지며 '나 혼자 산다'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 8개월간 '나 혼자 산다'는 정말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다. 3월 불법 캠핑 및 무단 취사 의혹에 휩싸인 것을 시작으로 6월엔 아이유 사칭 논란이, 8월엔 기안84 왕따 논란이 터졌다. 박나래의 성희롱 사건이 터졌음에도 그를 하차시키지 않은 점 역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 측의 늦장 대응이었다. 제작진은 문제가 불거진지 며칠이 지나서야 뒤늦게 입장문을 내기 급급했고, 아이유 사칭 논란 당시에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허항 PD는 "시청자분들이 바라신 것과 달리 대처하는 데 시간이 걸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전하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논란이 생기면 시청자분들 입장에선 무슨 입장이라도 빨리 내길 바라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이지 않냐.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이렇습니다'라고 하기엔 내부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당사자한테 물어봐야 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해야 그 후에도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부분을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분들이 아쉬움을 느끼시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는 허항 PD는 "앞으로는 대처 시스템을 더 견고히 만들어 더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허항 PD는 아이유 사칭 논란 당시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부분과 박나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먼저 아이유 성대모사 장면의 경우 아무래도 비연예인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저희로선 해당 부분과 클립을 편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것이 논란을 최대한 커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법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면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땐 조금 더 성숙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어 "박나래 씨와 관련된 논란의 경우 아무래도 타 플랫폼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저희가 직접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허항 PD는 "그렇기에 저희는 저희 식으로 박나래 씨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본인 역시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선 후회하고 있더라. 이분이 스스로 반성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저희 문법으로 잘 담아내는 게 저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대처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허항 PD의 지난 8개월은 그야말로 반성의 8개월이었다. 험난했던 여정은 그를 성장시켰다. 거센 질타와 비판으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발전할 수도 있었단다.

허항 PD는 "모든 PD들이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논란이 일어나면 여론이 정말 매섭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럴 때마다 누리꾼들의 반응과 기사들을 챙겨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글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필요한 피드백인 것은 분명하다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건강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강철 멘탈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피드백 주신다면 많이 감안하고 공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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