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2016년 음료 광고의 모델로 데뷔해 5년, 김지은은 어느새 배우로서 안방극장 주연의 자리에 서게 됐다. 꾸준히 연기 공부를 하며 배우로서의 꿈을 키워온 나날들이 첫 주연작 '검은 태양'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검은 태양'(극본 박석호·연출 김성용)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 한지혁(남궁민)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김지은은 국정원 요원 유제이 역을 맡았다.

'검은 태양'은 제작 단계부터 다양한 타이틀로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던 MBC 드라마국이 제작비 150억 원을 들이고 흥행 보증수표인 남궁민을 주연 배우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등 사활을 건 작품으로 알려지며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린 것.

김지은은 이러한 '검은 태양'에서 난생처음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고, 그 책임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감독님, 남궁민 선배와 많이 여쭤봤다. 이런 배역을 맡으면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고 하시더라. 다만 혼자 지고 가지 말고 나눠 들면 부담감이 더욱 가벼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두 분이 김지은이라는 배우가 생각하는 것들을 믿어 주셔서 더 버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두 사람에게 감사를 전했다.

배우 김지은, MBC 검은 태양 스틸

극 중 유제이는 실종된 아버지를 위해 국정원에 취업한 요원이다. 중반부에서는 유제이가 아버지가 악인 백모사(유오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극 초반에는 캐릭터가 안고 있는 비밀을 시청자들에게 드러내지 않은 채 연기를 펼쳐야 했고, 반전이 터진 이후에는 죽어 마땅한 악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돼 혼란스러운 감정을 연기로 풀어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캐릭터였다.

김지은은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문자답을 많이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유제이 캐릭터에는 세세한 설정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가 죽고 나서 시간이 멈췄던 친구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아빠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실을 찾자는 뚜렷한 목표가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해 캐릭터 설정을 해나갔다"라고 말했다. 특히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제이가 지혁의 편이라고 생각할 수 없도록 연기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계속해 의논을 하고 리허설도 해보고, 선배님들의 조언을 많이 구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지은은 인터뷰 내내 동고동락한 선배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신인이 저뿐이었고, 선배님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모두가 챙겨주셔서 행복하고 따뜻한 현장이었다"라며 "이경영 선배님은 쉬는 시간에 함께 리허설을 많이 맞춰봐 주셨고, 장난도 치시며 유쾌하게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사랑스러운 매력의 장영남 선배님도 그렇고, 유오성 선배님은 저에게 '우리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잊지 못할 순간들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함께 극을 이끌어 나간 남궁민과의 인연도 깊다고. '닥터 프리즈너'에 이어 첫 주연작인 '검은 태양'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것. 김지은은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단 한 장면에서만 마주쳤는데, 집중하시는 모습은 물론이고 내가 특별 출연으로 잠시 나간 것인데도 상대 배우로 대해주셨던 것이 인상 깊었다"라며 "꼭 한 번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주연 배우로서 만나게 돼 정말 영광이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귀찮으실 법도 한데 시간을 할애해 도움과 조언을 주셨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배우 김지은

'검은 태양'은 최고 시청률 9.8%를 기록했고, 높은 화제성까지 얻으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김지은은 "놓친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작품이기에 100% 만족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라며 자신의 연기에는 냉정한 평가를 했지만, 작품이 거둔 고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상기된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는 시대이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지표가 올라가면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 웨이브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연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설레는 마음도 드러냈다.

"'검은 태양'을 통해 김지은이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목표를 많이 달성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김지은이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는 게 다음 목표예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궁극적으로는 계속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