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새로운 이방원의 모습을 그려낼 '태종 이방원'이 '사극 명가' KBS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10일 오후 KBS1 새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연출 김형일) 제작발표회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김형일 감독, 배우 주상욱 김영철 박진희 선동혁 김명수 조순창 김민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기막힌 유산' '공부의 신' '솔약국집 아들들' 제국의 아침' 등을 연출한 김형일 감독과 '최강 배달꾼' '조선 총잡이' '전우' 등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가 '전우' 이후 다시 재회해 호흡을 맞춘다.

이날 임기 첫날 공식 행사 석상에 나선 KBS 김의철 사장이 먼저 인사를 전했다. 그는 "KBS는 정통 사극 명가다. 안타깝게도 2016년 '장영실' 이후로 여러 사정에 의해 제작을 못하다가 5년 만에 새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오랫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공영방송 KBS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흥해 '태종 이방원'을 시작으로 정통 대하드라마를 많이 선보이겠다. 다시 명가 타이틀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말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형일 감독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여타 사극과 가장 차별화된 점이 바로 작품의 주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KBS에서 만드는 대하드라마의 본령은 국가와 권력과 그에 대한 정치, 고민하는 인간에 대해 다룬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방원이야말로 그러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에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왜 이방원이 그런 행위를 했는 지가 빠졌다. 이번 작품은 이방원이 한 행위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방원이 한 행위가 여러분에게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이방원은 家(가)에서 國(국)으로 갈 때 공적인 인간형이 되고자 하는 리더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가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연구와 자문을 빠짐없이 체크하고 있다. 역사 왜곡은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도 자신감 있게 밝혔다.

KBS1 태종 이방원

극 중 주상욱은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 역을, 김영철은 조선의 첫 번째 왕 태조 이성계 역을 맡았다. 박진희는 이방원의 아내인 원경왕후 민씨, 선동혁은 여진족 출신의 장수이자 이성계의 의형제인 이지란을 연기한다. 김명수, 조순창은 각각 이방원의 형제이자 이성계의 둘째 아들 이방과, 넷째 아들 이방간, 김민기가 태종 이방원의 셋째 아들이자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을 맡는다.

주상욱은 대하 사극의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방원에 대한 작품이 너무 많이 나왔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내가 아는 이방원은 저런 사람이 아닌데?'라고 착각하실 만큼 그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작품일 것"이라며 "극 초반에는 평범한 인간, 미완성의 이방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이방원의 모습이 많이 부각될테니 기존 작품과 비교해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JTBC '나의 나라'에서 이성계 역할을 맡은 데 이어 또 한 번 이성계 역할을 맡았다. 그는 "'나의 나라'와 '태종 이방원'은 기획 의도부터가 다르다. 작품에 속해있는 배우 입장에서는 그저 대본에 충실할 따름이다. 또한 같은 이성계 역이지만 아무래도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에 방송을 보시면서 차이점을 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나라'에서 이성계가 '국'을 생각한다면, '태종 이방원'은 가족 구성원들의 헤게모니, 국가에 대한 헤게모니가 구별돼 있기에 좀 더 선 굵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 까 싶다"라고 자신했다.

원경왕후 역을 맡은 박진희는 "조선 시대에 다뤄지던 다소곳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 다르게, 리더십도 있고, 강하고, 액션신도 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에 가장 활동적인 인물이고,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시대 제가 닮고 싶은 여성상일 정도로 매력 있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선동혁은 "'정도전'에서 이지란 역할을 했었는데 또 이지란을 연기한다. 감독님 제안을 받고 조금 고민했지만 더 열심히 임하고 있다. 아들로 나온 태항호 씨와 열심히 케미도 만들고 있다"라며 "오랜만의 대하 사극이라서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열심히 좋은 작품 만들어 보려고 애쓰고 있다. 기대해주셔도 좋으실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명수는 "정말 어려운 시기고 주의를 기울여가며 촬영 중이다. 애정 가지고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형제로 출연하는 조순창은 "'정도전', '징비록'도 출연했었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신분 상승을 시켜주셨다. 외모에 걸맞은 왕자 역할인데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기는 "첫 사극인데 너무 좋은 선배님들과 과분한 역할로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좋은 작품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태종 이방원'은 11일 토요일 밤 9시 40분 첫 방송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