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잃어버린 3년이 되는 것일까. 위드코로나를 꿈꾼 엔터 업계에 되려 코로나 블루가 찾아왔다. 정부가 16일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면서 방역의 고삐를 죌 것을 주문했다. 영화, 공연계는 우선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불만을 성토 중이다. 일부는 우려를 넘어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날 사적모임을 4인으로 축소하고 유흥시설을 비롯해 식당·카페 등은 밤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극장, 공연장 운영 시간에도 제동이 걸린다. 3그룹 시설에 포함되는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의 운영 시간은 밤 10시로 제한된다.

해당 조정방안은 오는 18일 0시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16일만 적용되지만, 엔터계는 또 다시 재현될 악몽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영화계 목소리◆
"7~8시 상영도 불가능해져 타격 심각“
"K팝은 흑자 잔치지만 영화계는 적자 넘어 생존위기"

가장 먼저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인 건 영화계다. 극장가는 지난 15일 개봉된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으로 오랜 만에 텐트폴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다. 예매율이 96%에 육박하면서 극장 시장이 다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돌연 운영 시간이 밤 10시로 제한되면서 당장 상영 회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영화들의 눈치 작전은 치열하다. 이 같은 움직임을 미리 간파한 영화 '비상선언'은 1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생존의 문제라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멀티플렉스 기업들이다. OTT의 공세와 팬데믹이라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이들에게 거리두기 강화는 말 그대로 악재 중의 악재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은 오는 18일 0시 기준, 밤 10시 이후 상영작들을 예매한 관객들에게 취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물론 수수료는 없다.

메가박스 측 관계자는 16일 티브이데일리에 “해당 시간에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 중이다. 정부 지침이므로 당연히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3사들이 취식이 가능한 방역패스관을 마련하는(11월 한달 기준) 등 이전의 활기와 분위기를 원했던 관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다시 이런 지침이 내려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상영시간 제한 보다 더 우려되는 건 관객들의 심리적 위축이다. 관계자는 “애초 22시 이후의 상영횟수는 많지 않아 그 시간대의 관객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심리적 위축이 생겨 다른 시간대에도 영향을 줘 관객이 줄어든다”라며 “밤 10시 이후 뿐 아니라 다른 시간대 예매수도 줄면서 전체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영화관을 오는 이들에겐 팝콘을 먹는 재미도 큰데 매점 매출 역시 당연히 줄어든다”고 밝혔다.

CGV 관계자 역시 비슷한 언급을 했다. CGV 측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스파이더 맨: 노웨이 홈’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아 사라진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였다가 이번 지침으로 다시 어둠의 터널로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상영시간에 제한 기준이 아쉽다고 밝혔다. 밤 10시 상영 뿐 아니라 저녁 7시~8시대 상영도 어려워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낮에 관객이 몰리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시간대 제한 보다 방역 준수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이 가장 위협적인 건 극장가다. 대기업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이야 말로 이윤이 남아야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며 "솔직히 K팝 업계는 코로나에도 불구 흑자 행진이지 않나. 영화계는 다르다. 배려가 필요하다. 22시 이후에만 코로나에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검토하고 있는 게 맞는 지 의문이다. 제작사는 OTT라는 시장이 있어 틈새라도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면 극장들은 다 문을 닫아야할 판이다. 대화없이 마스크를 쓰는 극장이 왜 마스크를 벗는 식당과 비슷한 기준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제작사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상영관협회를 비롯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감독조합이사회·영화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계는 정부 지침이 발표되자마자 공동성명을 통해 “극장의 영업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영화산업의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라며 영업시간 제한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12월 극장가는 빈의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킹메이커’는 이달 29일 개봉을 확정했으나 이번 지침으로 개봉 연기를 고려 중이다. 이밖에도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매트릭스:리저렉션' 등 개봉을 앞둔 대작 외화들 역시 연기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요, 공연계 목소리◆
"멘트·곡 시간 조정 中, 지자체 주민 눈치보여"
12월 공연 이미 줄줄이 취소, 위드코로나 기대 하락

공연계 목소리는 어떨까. 영화계 목소리에 분노가 있던 반면 공연가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밝히는 이들이 다수였다. 방역지침이 구체적으로 내려오지 않았지만 지난 4단계와 동일하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강도 높은 좌석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

12월 콘서트를 앞둔 가수 A씨 측은 티브이데일리에 “10시 안에만 공연을 끝내면 되니 멘트 조정 정도만 하면 될 것 같다. 방역에 더 신경을 써야 해서 방역비가 인상될 것 같긴 하지만 애초 방역을 철저히 지켜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면서도 "오히려 구체적인 상황이 보이지 않는 1월이 더 문제다. 1월에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확진자수가 역대로 많아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수 B씨 측은 "지자체 관계자가 공연장에 찾아와 (아티스트가) 함성을 유도하는지 체크하는 등 방역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받는데도 우리는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라며 "하지만 방역 지침을 현장에서 정확히 준수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감염된 사례가 거의 없어서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의 온도는 조금 달랐다.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이번 지침으로 공연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릴레이 취소가 예상되는데 정부에서 대관비나 손실액을 크게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요 공연제작사 대표 C씨는 “제작사는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야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공연이 취소될 경우 공연장이 대관비를 돌려주지 않아 제작사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라며 “사실 이런 분위기는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 보다 공연제작사들이 더 위기감을 느낀다. 걱정하는 여론이 생기면 지자체에서 예민하게 반응해서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디신은 어떨까.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는 “코로나 직후 매출이 2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미 타격이 컸기에 이번 방역 지침만 새삼 문제될 게 아니”라며 “다행히 공연은 10시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좌석 거리두기는 이미 공연장들이 철저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고 정부 발표 전부터 12월 공연이 많이 취소돼 업계는 예상했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한 일이었다면서도 “위드코로나로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가 있었는데 오미크론 등의 변수로 공연계 심리가 다시 위축됐다. 정부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타격에 비해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획사도 함께 운영 중인데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수 없어 수익을 거의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달픈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