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첫 방송을 이틀 남겨놓고 '설강화'의 조현탁 감독이 직접 역사 왜곡 및 안기부 미화 논란 등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아직 께름칙한 부분이 남아있어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순 없는 상황이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를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기획 단계부터 상당했다. 최고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기준)의 대기록을 세운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이 3년 만에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기 때문. 여기에 주연 배우로 'D.P.'로 큰 인기를 끈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합류하며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설강화'의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며 여론은 뒤집혔다. 줄거리에 따르면 1987년 최루탄이 폭죽처럼 터지던 때, 여학생은 여대 기숙사에 뛰어든 한 남성이 운동권 학생이라 생각해 치료해 준다. 알고보니 남성은 무장간첩이었고, 그는 조국이 맡긴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처지에 자신을 살려준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시놉시스가 공개되자 '설강화'는 곧바로 구설수에 올랐다. 5·18 민주화운동이 마치 북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왜곡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더불어 남자 주인공이 남파 간첩이라는 점에서 간첩 미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설강화'가 역사 왜곡물이라 지적하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한다. 설정이라는 핑계 아래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청원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가볍지 않은 논란에 JTBC는 직접 설정의 일부를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민주화 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지도 않다. 현재 논란은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벌어진 것이다. 논란이 된 내용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것과도 다르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더불어 JTBC는 "드라마에는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면서 정해인이 맡은 수호가 남파 간첩이 아닌 시대의 피해자라 설명하기도 했다.

해명에도 누리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1987년을 배경으로 하면서 민주화운동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 게다가 인물 소개란에는 동백림 사건 등으로 간첩을 조작했던 안기부 직원들을 미화하는 듯한 설명이 여전히 남아있어 눈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논란은 첫 방송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제작발표회까지 이어졌다. 이날 조현탁 감독은 "최근 불거진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또 이러한 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를 들은 조 감독은 잠시 고민하더니 "'설강화'에 대한 작품 설명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조 감독는 앞선 JTBC의 발표처럼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인 대선 정국, 군부 정권을 제외하곤 모든 설정이 다 가상의 창작물"이라면서 "그저 수호(정해인)와 영로(지수)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창작한 것이지 다른 목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기에 어떤 문구 몇 개가 밖으로 유출되고 그것이 자기들끼리 조합을 이루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 많이 퍼지게 됐다. 또 그런 것들이 기정사실화되고 기사화됐다.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나 작가님이나 굉장한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작품을 만들고 계신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들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방송을 직접 봐주시고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JTBC에 이어 조현탁 감독까지 직접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지만, '창작물'이라는 말 아래 논란들을 없던 일로 치부하기엔 여전히 해갈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나온 조 감독의 답변은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작가님께서 2008년도에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북한 탈북자 수기를 보시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하시더라. 탈북자의 수기로부터 시작해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 있지만 정치적·이념적으로 봐주시진 않으셨으면 한다. 북한에 포커싱 하기 보다, 사람에 대해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 했다"라고 답했기 때문. 사실상 운동권에 북한 소재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역사 왜곡의 우려가 있기에 누리꾼들은 벌써부터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뱉고 있다. 과연 "방송을 직접 보고 확인해달라"라는 그의 말처럼 '설강화'가 작품성을 통해 '역사 왜곡 드라마'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설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