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방송 이후 오해는 해소될 것"이라는 제작진 측의 말과는 달리 '설강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협찬 업체 측 역시 하나 둘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을 향한 역사 왜곡 우려는 지난 3월부터 불거졌다. 운동권에 연루되는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이 담긴 시놉시스가 유출됐기 때문. 누리꾼들은 "'설강화'가 '조선구마사'에 이어 다시 한번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며 제작 중지를 요청하는 청원을 게재했지만, JTBC는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벌어진 일이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해명하며 방송을 강행했다.

그러나 역사 왜곡의 우려는 첫 방송 이후 현실이 됐다. 남자 주인공인 임수호(정해인)가 남파 공작원이라는 점과 안기부 캐릭터의 설정 등에 대한 지적이 일기 시작한 것. 심지어 시청자들이 가장 우려한 운동권 학생이 간첩을 돕는 모습이 담기며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첫 방송이 끝난 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도 안돼 20만 명의 동의를 받게 됐고, 21일 오후 기준 31만8376명을 돌파한 상태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조기 폐지된 '조선구마사'보다 빠른 속도다.

여기에 80년대 민주화 운동 속 대표적인 희생자 고(故) 박종철 및 고 이한열 열사 측의 유족들이 말을 더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유족들은 "그 당시 청춘을 바쳤던 수많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 행위"라고 '설강화'를 강력히 비판하며 "민주화 운동을 북한과 스토리상 연관을 짓는 것 자체가 역사왜곡이자 모욕"이라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강화'를 협찬하던 업체들은 빠르게 '손절'을 택하며 발을 빼고 있다. 한 가구업체는 이미 지난 3월 협찬을 철회한 상태이며, 전자제품 업체, 차류 업체, 의상 업체, 음식 배달 업체, 유기농 식품 업체, 심지어 정해인이 모델로 있는 치킨 브랜드도 "제작지원 광고 진행이 당사를 사랑하시는 많은 고객분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 드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모든 광고 활동을 중단 및 철회 요청했다고 알렸다.

한편 '설강화' 제작진은 21일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추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하지만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입장만 밝혔을 뿐, 막상 화두에 올라 있는 간첩 및 안기부 미화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은 반쪽짜리 해명에 불과해 시청자들을 더 분노케 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설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