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뛰어난 선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FC 개벤져스의 수장이자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병지를 보면 떠오르는 격언이다. '가짜사나이'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커녕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급급한 태도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김병지는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포항, 전남, 서울, 경남 등을 거치며 은퇴할 때까지 통산 706경기를 소화했다. A매치도 61경기를 뛰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이름을 남겼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병지는 현역 은퇴 이후 해설가 활동, 축구교실 운영 등을 통해 국내 축구 저변의 성장에 이바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MZ세대들과 적극적인 소통 역시 앞장서왔다.

특히 김병지는 지난 2020년 방송된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해 혹독한 훈련에도 나이 어린 동기들을 챙기면서 남다른 리더십으로 누리꾼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오랜 선수 생활로 다져진 그의 포용력은 빛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 김병지의 모습은 180도 다른 느낌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축구에 첫 발을 내디딘 선수들에게 쏟아내는 다소 가혹한 질책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감독은 의욕 앞선 선수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격려와 조언으로 분위기를 쇄신해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김병지에게 이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방송 내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들을 향해 깊은 한숨과 호통은 물론, 해당 플레이에 대한 비판만 쏟아내기 급급했다.

김병지는 FC 국대 패밀리에서 FC 개벤져스로 팀을 옮긴 뒤에도 여전했다. 그의 변함없는 지도법은 시청자들마저 지치게 만들었다. FC 개벤져스는 3연승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서로 격려하며 열정과 투지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 몫이 크다.

앞서 김병지는 조작 논란에 휩싸인 '골때녀'를 감싸는 듯한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편집이라고 생각했지 스코어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재미를 주고자 과정은 조작해도 된다는 뉘앙스는 누리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줄곧 선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김병지의 '골때녀' 출연은 득이 아닌 독이 됐다. 국가대표 리더십을 지닌 선수에서 선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하는 감독으로 전락한 그의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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