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주역, 배우 박지후를 만났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박지후는 극 중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학교에 고립된 고등학생 온조를 연기했다.

영화 '벌새'에서 중학생의 불완전한 심리를 완벽하게 소화해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던 박지후가 이번엔 넷플릭스와 좀비물의 만남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연을 맡았다. 장편 시리즈의 주연은 처음인 박지후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시작은 어땠을까. 박지후는 "오디션을 봤다. 당시 나연(이나연)과 온조 대본을 가지고 리딩을 했다"면서 "리딩 후 감독님께서 '너한테 어떤 역할이 맡는 것 같냐'고 물어보셔서 온조 역할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고 말했다.

좀비 바이러스 창궐 후 생존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죽음으로 내모는 나연 역을 하기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박지후는 "나와 맞는 캐릭터가 온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는 박지후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다만 원작의 인기는 때로는 부담이기도 했다. 촬영 당시 미성년자라 원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부담이 컸다고. 이에 박지후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까 고민했다"면서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세계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작품을 한다는 것만으로 박지후에게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작품을 위해 박지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액션 훈련이었다. 박지후는 "평소 체육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좀비들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역할을 해야하니까 3개월간 액션스쿨을 다녔다. 낙법도 배우고 와이어도 타고 체력을 길렀다"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뛰어보겠냐 하면서 긍정적으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캐릭터와 비슷한 또래인 만큼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도 했다고. 이에 대해 박지후는 "온조가 청산(윤찬영)에게 '가자 따까리'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 원래 다른 대사였는데 우리 또래가 쓰지 않는 대사라 생각해서 다른 걸로 변경하는게 어떤지 조심스럽게 제안 드렸고 변경된 대사가 그거다. 친한 여사친, 남사친끼리 그렇게 장난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요즘 10대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래이기에 좀비 떼로 둘러 싸인 극한의 상황에서도 짝상랑하는 수혁과 자신을 좋아하는 청산으로 인해 갈등하는 온조의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박지후는 "내가 그때 10대 마음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진짜 이 상황이라면 그렇게 행동할까 생각했는데 그럴거 같더라"면서 "10대니까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이 정말 소중한 나이다. 좀비 사태 속에서도 장난 칠건 장난 치고 고백할건 고백할거 같다. 오히려 좀비 사태니까 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산이는 소꿉친구였지만 속에 숨겨져 있던 마음들을 알아가는 단계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감사하게도 실제 나이 연기를 연달아 할 수 있어서 조금 더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 내 경험을 생각하며 생생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이대가 비슷한 동료 배우들과 촬영 전 만나 연기를 맞춰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며 친밀감을 쌓았다고 했다. 박지후는 이에 대해 "같은 반 친구로 나와야 하니까 배우들끼리 사무실에서 모여서 연기 얘기를 하고 윷놀이, 게임하며 친해졌다"면서 "현장에서도 연기 얘기를 많이 했다. 그 당시 내가 입시 걱정을 할 때라 언니 오빠들한테 대학 이야기, 인생 조언을 들으면서 매일매일 재밌게 보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친구로 나오는 만큼 이 과정은 배우들이 서로 진짜 친구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데 주효했다.

또한 박지후는 "또래 배우들끼리 친해서 현장보다 학교 등교하는 기분이었다. 모든 장면이 재밌었는데 음악실 장면이 기억난다. 현장에서도 다들 재밌어했고 많은 좀비분들과 반 친구들이 힘 합쳐 싸우는 게 재밌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하자마자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K-좀비의 명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벌새'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름 석자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박지후다. 이에 대해 박지후는 "세계적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내가 연기 생활을 하고 있구나'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이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확신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벌새'부터'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매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는 것이 때론 부담이 될터. 이에 대해 박지후는 "부담은 약간은 있다. 그런데 부담보다는 즐기면서 감사한 마음을 갖자는 마인드가 더 크다"라고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박지후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벌새'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계속 생각했다.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거니까 꼭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모든 역할이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 중에서도 새내기니까 풋풋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또 온조는 일상적인 액션이었는데 화려한 액션도 하면서 몸을 제대로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항상 감사함을 잃지 않고 건강한 사람,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