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 진호은이 작품을 통해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들려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진호은은 극 중 양궁부 정민재 역을 연기했다.


진호은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다른 배우들과 같았다. 오디션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진호은은 "오디션 진행은 공동 연출이셨던 김남수 감독님께서 진행해 주셨는데 오디션 지정 대본, 자유연기를 보여드렸더니 처음엔 뭔가 아쉬워하시는 것 같으셨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감독님께서 먼저 즉흥 연기를 요청하셨다"고 운을 뗐다.

"순간 멘붕이 왔지만 '안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없이 연기했다"는 진호은은 "그걸 보시더니 지금껏 존댓말을 쓰시던 감독님이 '그래 이제 가!'라며 웃으시더라. 긴가민가하고 한 달을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으시길래 사실 안 된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캐스팅 소식을 듣게 됐고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있다"고 들려줬다.

그렇다면 김남수 감독이 고민 끝에 진호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진호은은 "직접적으로 말씀해 주시 진 않았지만 아마 감독님은 흔히 있을법한 비주얼, 실제 고등학생 같은 연기를 중점적으로 보고 캐스팅해 준 것 같다.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보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진호은이 맡은 정민재는 원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드라마 속에서 활약한다. 긴 머리로 한쪽 눈을 가렸던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자를 대고 자른 것 같은 짧은 바가지머리로 등장하기 때문. 특히 이런 비주얼은 전작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와 KBS2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기에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와 관련 진호은은 "머리 스타일의 경우 원래 3가지의 시안이 있었다. 첫 번째는 펌이 들어간 긴 머리, 두 번째는 곱슬기가 정말 심한 짧은 머리, 세 번째는 짧은 앞머리였다. 양궁즈 4명이 서로의 시안을 얘기하던 중 박미진 역의 이은샘 배우가 '호은이가 비슷한 머리를 고등학생 때 한적이 있어요!'라고 했고,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 말 한마디로 지금의 민재가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달라진 건 머리뿐이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이름이 정민재가 아닌 장민재, 장하리(하승리)의 후배가 아닌 남매였지만 대부분의 설정이 영상화되며 각색됐다. 분량도 원작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이에 대해 진호은은 "원작과 달리 각색이 가장 많이 진행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2학년 5반과 양궁즈와의 연결 고리를 위해 꼭 필요한 각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분량 역시 아쉽지 않다. 원작을 생각하신다면 아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오직 저희 작품만 놓고 봤을 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정민재와 장하리의 관계에 대해선 "인터넷을 보다 '민재가 하리를 짝사랑해서 따라온 것이다'라는 글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전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저 하리는 존경의 대상, 민재의 우상이라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동생을 구하겠다고 홀로 좀비들을 상대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도움이 되고자 선배를 따라간 것으로 해석했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진호은은 정민재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민재라는 인물을 연구할 때 철저히 장하리를 서포트 하는 방향으로 잡았던 것 같다"는 그는 "욕심을 부려 내가 더 튀게 나오기보단 온전히 이 그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감독님이 '민재로서 극 안에 놓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호은이라면 어땠을 것 같니?'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촬영에 들어간 뒤로는 진호은의 모습을 민재에 조금씩 투영시켜 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출연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진호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더니 '지옥'의 기록을 넘어 15일 연속 정상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물음에 "인기를 실감하기보단 아침에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 기사가 연예 뉴스 메인에 걸려있는데 그런 걸 보며 '아 정말 잘 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고 답한 진호은은 "다들 열심히 고생하며 찍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랐는데 이런 결과를 얻게 돼 너무 감사하다. 이제 시작이니만큼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스스로를 알리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함께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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