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10년의 기다림과 3년의 공백기. 힘든 시기를 연기에 대한 열정만으로 이겨냈다. 자신의 복귀작이자 주연 데뷔작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역시 본인에겐 "새 출발 같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이 여정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는 배우 조윤서다.

대중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배우이지만 데뷔한지 벌써 10년 차. 강산이 변하는 기간 동안 조윤서는 다양한 인생사를 겪으며 성장해 왔단다. 먼저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라고 유년 시절을 회상한 조윤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학과를 다니며 공연을 했는데, 2학년이 되니 과가 없어졌다. 연극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춘향전에서 춘향이를 연기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연기를 해야겠다 마음먹게 됐다"라고 밝혔다.

조윤서는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는 달리 더블 캐스팅된 친구가 너무 예쁘고 잘했다.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이 불타올랐고, 그래서 연출 선생님을 굉장히 괴롭혔다. '질문 살인마'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정말 성실히 대답해 주셨다. 특히 '춘향이가 밥은 어떻게 먹는지, 걸음걸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게 연기'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그걸 듣고 나니 점심시간 때도 숟가락을 쉽게 들지 못하겠더라. 그런 고민 끝에 '춘향전'을 연기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연기자들이 얘기하는 카타르시스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때 연기가 재밌다는 걸 느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대학교까지 연극학과로 진학하고 2012년에는 SBS 드라마 '가족의 탄생'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tvN '응답하라 1994'에 해태(손호준)의 첫사랑으로 출연하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배우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보였다. 하지만 2016년 MBC '행복을 주는 사람' 촬영 중 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며 갑작스러운 공백기를 맞이하게 됐다.

"3년간 몸이 좀 아팠다. 수술을 크게 하고 쉼의 기간을 길게 가졌다"라는 조윤서. 힘듦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그는 "가족이 없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10년 동안 작품을 할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오랜 기다림도 있었다. 작품의 결과가 좋을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족은 항상 날 응원해 줬다. 버티는 데 힘이 많이 됐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사다난한 지난 날이 있었기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제작 조이래빗)가 주는 의미는 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출발처럼 느껴진다고. "첫 시사회 때 탑 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뜨는 데 벅참을 느꼈다"는 조윤서는 "그동안 잘 버텼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고 신기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구나라는 느낌도 함께 들었다. 가족들도 무척 기뻐했다. 주연을 맡게 됐다고 하니 다 우셨다. 개봉하게 돼 요즘은 더 행복해하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조윤서는 한지우(김동휘)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박보람 역을 연기한다. 피아노가 하고 싶지만 부모의 반대로 잠시 꿈을 접어둔 채 살아가는 인물. 캐스팅 과정은 그의 인생사만큼이나 드라마틱 했다. 가장 마지막에 영화에 합류하게 됐을 뿐 아니라 그 과정도 범상치 않았던 것.

조윤서는 "보람이가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고 활기를 넣는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감독님도 캐스팅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라. 그러다 오디션 현장에서 날 보시곤 딱 '보람이다'라는 생각이 드셨단다"라고 운을 뗀 뒤, "나 역시 대본을 읽는데 요즘에 흔치 않은 착한 영화, 착한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따뜻하고 울림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꼭 하고 싶었다. 보람이의 정의롭고 밝고 당찬 면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칠 줄 아냐'는 감독님의 물음에 '예'라고 거짓말까지 하며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넘치는 열정과는 달리 피아노와 친해지는 건 쉽지 않았다. 작품의 메인 OST '파이송'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 조윤서는 "막상 악보를 받으니 너무 어려웠다. 피아노 선생님조차 '따로 연습해서 쳐야 할 곡'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만 내가 뱉은 게 있으니 무조건 해내야겠다 싶어 연습실을 한 달 동안 빌린 뒤 매일 같이 피아노를 쳤다. 하루에 6-7시간씩 쳤다. 그때만큼은 입시생처럼 살았다. 노력한 만큼 잘 해낸 것 같아 뿌듯하다"며 보람찬 듯 미소를 머금었다.

피아노를 제외하고도 조윤서가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었다. 첫 주연의 기쁨과는 별개로 부담감이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 그는 "기뻤지만 동시에 스스로 위축됐다. 과연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들었다"고 처음 작품에 합류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고민도 잠시, 조윤서는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단다. "현장에서 연기를 시작하며 부담이 많이 풀어졌다"는 그는 "보람이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던 터라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다. 또 최민식 선배님과 감독님이 힘을 많이 실어주셨다. 늘 '너무 잘 하고 있다. 보람이는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으니, 네가 보람이니 자신감 있게 해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부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연기했다. 덕분에 영화에도 발랄한 분위기가 잘 묻어난 것 같다"고 자평하며 "또 최근에 GV도 진행했는데 관객분들의 반응이 좋아 뿌듯하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젠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즐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조윤서는 자신의 첫 주연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새 출발에 나서게 됐다. 오랜 쉼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단다. 이와 함께 조윤서는 배우로서의 계획도 귀띔했다.

조윤서는 "못 해본 게 많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일단 스스로 드라마와 노래에 위로를 많이 받는 편이라 시청자에게도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또 구미호나 귀신, 마법사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배역도 해보고 싶다"며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또 책임감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이어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조윤서는 "지난 10년간 날 가장 힘들 게 했던 건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기다림에 지치다가도 매 작품에 들어가면 '내가 제일 행복해하는 건 연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연기는 늘 재밌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나하나 해가면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이가 상관이 없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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