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스텔라'의 가장 큰 매력은 케미다. 배우들간은 물론 차 스텔라와도 찰떡 호흡을 뽐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6일 개봉한 '스텔라'(감독 권수경·제작 데이드림)는 보스 서사장(허성태)이 하룻밤 맡긴 슈퍼카가 동식(이규형)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고 영배(손호준)가 범인으로 몰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전개는 다소 뻔하다. 차를 잃어버린 영배는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고 어떻게든 차의 행방을 알고 있는 동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어떻게든 동식을 찾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며 위기를 맞는다. 여기까진 타 카체이싱 영화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스텔라'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이용하는 차량이 최대 시속 50km인 1987년식 스텔라라는 점. 이를 중심으로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느린' 추격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 스텔라는 문제가 많다. 에어컨은 고장 난지 오래이고, 깜빡이와 라디오는 시도 때도 없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문 역시 마음대로 열리지 않으며 경고등도 모두 나가 언제 연료가 바닥났는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차량인 것이다. 기존 카 체이싱 영화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면 '스텔라'는 느리지만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가까스로 잡히지 않는 영배와 스텔라의 모습으로 스릴이 느껴지게 한다.


'스텔라'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배우들 간의 케미다. 손호준과 이규형은 마치 실제로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영배와 동식이 된 것처럼 실감 나는 '찐친' 연기로 주된 웃음 포인트를 담당한다. 특히 "자신은 죽어야 마땅하다"라며 유서까지 써놓고 쇼를 하는 동식과 그런 동식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듯 다정하게 그를 저승(?)으로 보내주려는 영배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스텔라와의 케미도 좋다. 사물이라 대화를 나누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스텔라는 적절한 타이밍에 음악과 비상등을 키며 영배와 소통, 예상치 못한 찰떡 호흡을 완성한다. 또 배가 고픈 영배가 계란 프라이를 만들 수 있는 주방이 되어주기도 하며, 잠이 고플 땐 침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동식이 그랬듯 스텔라 역시 가끔은 영배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의 또 다른 30년 지기 친구처럼 내내 옆자리를 지키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영배와 동식, 그리고 스텔라가 만들어내는 따스한 케미가 가진 힘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도 오롯이 전달된다. 요즘 영화처럼 화려하고 자극적이진 않지만 어딘가 마음이 끌리는 이유일 테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98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네비게이션이 아닌 지도로 길을 찾는 모습, 초록색 번호판은 우리네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기도 한다. '스텔라'가 가진 아날로그 감성이 과연 2022년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