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는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소속사 측에서도 "선처 없는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지만 계속 피해자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은 5일 브이라이브 채널을 통해 '졸려요'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정국은 "방금 방시혁 PD님, 멤버들과 저녁 식사하고 들어왔는데 브이라이브가 하고 싶더라. 원래 격리할 때 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아쉬웠다. 그냥 팬들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인사로 팬들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숙소에 있는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는 한 번 울리고 말고를 반복했고, 정국은 "누구냐. 장난 전화하지 말아라. 기분 나쁘고 소름 돋는다"라며 불쾌함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계속 울리는 벨 소리에 정국은 결국 수화기를 들었지만 어떠한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정국은 재차 "제발하지 말아라. 짜증 나고 무섭다. 거북하다. 저 벨 소리 들으면 소름 돋는다"라고 부탁했지만 전화는 계속해 걸려왔고, 결국 방송을 보고 있던 스태프가 해결해 주며 상황이 해결됐다.

정국이 사생 피해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정국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자 "사생 팬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 팬이 확인차 전화를 할 때면 바로 차단한다. 차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같은 그룹에 속한 뷔도 자신의 여권 사본 사진이 유출되거나 사생 팬이 비행기 옆자리에 앉는 일이 발생하자 "사적인 공간에서도 마음 놓고 편히 못 쉰다. 솔직하게 말하면 안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무섭다"고 털어놓은 바 있으며, 최근엔 딘딘, 정은지, 몬스타엑스 민혁 등이 사생 팬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며 분노했었다.


사생 팬들의 스토킹 행위는 아이돌 가수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배우와 가수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스토킹의 피해자가 돼왔다. 이에 정부는 늦게나마 스토킹을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놨다. 범죄자를 최대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된 것. 이에 따르면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흉기 등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될 시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법률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피해자는 발생하고 있다. 법률 시행 초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법 적용 범위가 애매하다는 점.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말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스토킹 행위라 규정하고,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면 스토킹 범죄라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주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때문에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해도 경찰 입장에선 대처하기가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토킹 범죄로 규정될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연에 방지할 만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서울청은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하는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주의 단계(스토킹 행위가 단발성 1회 발생), 위기 단계(스토킹 행위가 1회 이상 발생, 최근 5년 이내 신고·수사·범죄 경력이 2회 이상 등), 심각 단계(위기 단계에 해당되거나, 정신병력 및 알코올 중독 등 증상이 있는 경우, 긴급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 흉기를 휴대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스토킹 행위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서 응급조치와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대처 매뉴얼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함은 많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정국의 경우처럼 전화가 계속 온다고 하더라도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 만약 전화가 외국에서 걸려온 것이라면 처벌은 더 까다롭고 복잡해진다. 법정형이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낮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스토킹 범죄의 형량은 최대 5년으로, 단순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보다도 낮다. 때문에 법조계는 "스토킹 범죄의 형량은 그 무게에 비해 너무나도 약하고 억제력도 낮다. 스토킹이라 인정돼도 범칙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정국 브이라이브, 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