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뻔하지 않은 스토리와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엔딩마저 박해영 작가답다. 마지막까지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개로 막을 내린 '나의 해방일지'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연출 김석윤)가 29일 밤 최종회를 끝으로 종영했다.이날 방송에서는 염씨 집안 삼남매와 구씨(손석구)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방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나의 해방일지'은 엔딩까지 그야말로 '나의 해방일지'스러웠다. 꽉 찬 해피도, 그렇다고 새드도 아닌 오묘한 엔딩으로 막을 내렸기 때문. '추앙 커플' 구씨와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과 조태훈(이기운)의 이야기가 특히나 그렇다. 먼저 구씨는 도박에 빠진 현진과 술에게서 해방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과거가 얽매어 있는 상황이기에 크레딧 이후에도 불안한 마음이 들게 했다. 기정 역시 태훈의 누나들과 풀지 못한 숙제들이 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관계가 과연 이별로 마무리될지, 큰 산을 넘어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게 될지 궁금케 했다.

유일하게 확실한 해방을 맞은 건 창희(이민기) 뿐이었다. 우연치 않게 들어간 한 강의에서 운명을 마주하게 된 것. "가랑비처럼 티 안 나게 여러 사람 마음을 촉촉하게 하는 팔자"라는 자신의 말처럼 창희는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길을 촉촉하게 적셔줄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기존의 드라마가 이러한 형식의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면 곧바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을 터인데, '나의 해방일지'이기에 어딘가 납득이 된다. 지금껏 보여줬던 서사 역시 이런 결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다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자극적' '초현실적' '색다름'을 키워드로 안방극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다가오는 막차 시간에 발을 동동 굴리는 경기도민들의 이야기부터 '함께'를 강조하는 회사 사람들에 지쳐가는 직장인까지,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건드렸다. 어느 드라마보다 현실에 발이 닿아있는 서사에 시청자들은 매료돼 갔고 극 초반 "답답하다"는 평가는 "내 이야기 같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의 해방일지'가 입소문을 타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기도 하다.

'나의 해방일지'의 결말 역시 여느 드라마보다 현실적이었다. 우리네 인생은 해피와 새드엔딩으로 나뉘는 드라마와는 다르다.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중에도 여러 변곡점을 마주할 수 있고 인생의 큰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 그런 역경 속에서 때론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박해영 작가는 구씨와 삼남매의 이야기를 마침표로 끝내는 것이 아닌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마치 이게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야말로 '나의 해방일지'다운, 박해영 작가다운 엔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나의 해방일지' 후속으로는 염정아 주연의 '클리닝 업'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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