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기존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담고 있는 영화 '헤어질 결심'이 극장가를 찾는다.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의 제작보고회가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이자, 4번째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헤어질 결심'이 탄생한 계기

이날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이 탄생한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한 3~4년쯤 된 것 같다. 스웨덴의 한 추리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봤는데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 형사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친절한 금자 씨'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서경 작가와 만나 백지상태부터 시작하게 됐다"라고 운을 뗐다.

"개인적으로 이봉조 작곡가의 '안개'를 무척 좋아한다. 정훈의 선생님의 데뷔곡인데 이 노래가 나오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그 노래 가사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장르는 로맨스여야 했다. 그래서 정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형사 이야기와 '안개' 노래, 그리고 로맨스 장르를 합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자연스레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라는 형태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해일과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주인공인 형사에 대해 설명하는데 자연스레 박해일이 연상됐다. 특정 배우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편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 이름도 박해일의 '해'를 따서 해준이라고 지었다. 탕웨이의 경우 정 작가가 먼저 '중국인 배우로 하자'고 제안했다. 왜냐고 물어보니 '그래야 탕웨이를 쓸 수 있지 않냐'고 답하더라. 이후 탕웨이 배우를 만나 스토리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솔직히 답했다.


◆ 박해일X탕웨이, 박찬욱 감독과 만나다

그렇다면 탕웨이와 박해일의 박찬욱 감독을 향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먼저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에게 처음 '헤어질 결심'에 대해 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감독님과 처음 만났는데 이 이야기를 구술로 한 시간 반 정도 설명해 주셨다. 들으면서 계속 물을 마시게 됐고 흥분됐다. 덕분에 천천히 감독님의 일기 속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서 "물론 외국어로 연기해야 한다는 게 걱정이 됐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의 따스한 눈빛에 안심이 됐다. 감독님은 촬영하는 동안에도 배우를 안심시켜주는 스타일을 갖고 있으셔서 난 그저 집중해서 내 일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박해일도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을 들려줬다. 박해일은 지난 2005년 '소년, 천국에 가다'라는 작품에서 박찬욱 감독과 각본가와 배우로서 만난 적은 있지만, 연출가와 배우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박찬욱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된 건 'JSA 공동경비구역'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고 이야기 한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박찬욱 감독님은 한국 영화의 최전방에서 책임을 지고 가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그런 진지한 모습을 보며 후배로서 느끼는 바가 컸다. 박찬욱 감독님이 걸어오신 길을 보면서 과연 나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줄곧 생각해왔는데 그럴 때쯤 감독님께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형사 캐릭터를 맡는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또 주변에서 감독님께서 수사 극 안에서 멜로와 로맨스의 사이 지점을 보여주신다고 하니 너무 궁금해졌다. 이후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지금껏 감독님이 해오신 작품과는 다른 결이 느껴지더라. 변화된 부분이 느껴지고, 되게 담백한 톤도 느껴졌다. 조금 더 뛰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 박해일 "탕웨이가 곧 서래였다"

박해일과 탕웨이는 서로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박해일은 "탕웨이가 곧 송서래였다"고 자신하며 "상대역이자 배우로 봤을 때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찬욱 감독님께서 송서래의 매력을 탕웨이 배우에게 그만큼 잘 이식시켜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탕웨이는 "해준을 연기하는 박해일 배우의 눈빛 속에서 삶을 대하는 굉장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고 화답하며 "감독님의 모습에서 계승하지 않았나 한다. 극 초반 해준의 눈빛은 수사에 강직한 형사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박해일의 눈빛을 통해 휘말려드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박해일의 눈빛은 정제돼 있고 디테일하다.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그동안 박해일의 작품을 몇 개 찾아봤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해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고 해 기대를 높였다.


◆ 박찬욱 감독의 변화

그런가 하면 '헤어질 결심'은 외신들로부터 달라진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해일 역시 "변화된 부분이 느껴졌다"고 언급한 만큼, 박찬욱 감독은 스타일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 들려줬다.

박 감독은 "이전의 내 작품들을 보면 글자 그대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작품들이었다. 폭력과 노출 등이 필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의도하에 그런 표현들을 서슴지 않게 표현했고, 또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가고 싶었다. 감정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만큼, 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관객들이 절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낮춰야 그게 가능하다고 봤다. 섬세하고 여린 가수가 노래하는 데 기타나 드럼 소리가 화려하면 목소리가 묻히지 않냐.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부분을 낮추는 결정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님의 전작들은 맛으로 따진다면 무거운 맛, 진한 맛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청량하고 담백하며,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 그런 게 '헤어질 결심'의 특징이라 생각한다"라고 해 궁금증을 더했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